`네모의 꿈`이라는 노래가 있다. 이 노래를 보면 온 세상이 네모난 사각형이다. 네모의 꿈처럼 현대인은 온통 네모난 사각형 안에서 살아간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 저녁에 퇴근하는 현대인의 생활 패턴을 사각형의 관점에서 생각해보았다. 사각형 아파트와 사각형 집 안에 있는 사각형 소파에 앉아 사각형 TV를 보다가 사각형 방안의 사각형 침대에서 잠을 잔다.
사각형 방안에서 나와 사각형 화장실에서 사각형 거울을 보면서 출근 준비를 하고, 때로는 사각형 식탁에 앉아서 사각형 식빵으로 아침 식사를 하기도 한다. 사각형 집의 사각형 문을 열고 나와 사각형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온다. 사각형 자가용이나 사각형 버스 또는 사각형 지하철을 타고 회사에 도착한다. 사각형 건물의 사각형 출입구를 열고 들어가 다시 사각형으로 된 계단이나 엘리베이터를 타고 사각형 사무실로 출근한다. 내가 매일 글을 쓰고 책을 쓰는 연구실도 사각형이고, 수많은 사각형의 책이 꽂혀 있는 책꽂이도 사각형이다. 일정을 체크하는 다이어리와 달력도 사각형이다.
사각형 사무실에서 사각형 책상 위의 사각형 컴퓨터 모니터를 켜 놓고 사각형으로 된 책을 보고, 사각형 노트에 메모를 하고, 사자성어로 그 뜻을 음미하면서 생각도 사각형으로 하고, 사각형 책을 보면서 사각형 책을 쓰고 있다. 처음 보는 사람을 만날 때면 사각형의 명함집에서 사각형 명함을 꺼내 서로 교환하면서 우리는 점차 생각이 사각형인 사람들의 클럽인 `사각지대`에 가입한다. 우리는 점점 사각형 박스 안에서 사각형의 각도로 세상을 바라보면서 사각사각(死角死角) 죽어가고 있다.
사각지대에 가입하는 순간, 관습과 타성에 젖어 안색은 사색이 되고, 그때부터 상식의 덫에 걸려 색다른 발상을 인정하지 않는 식상한 삶을 살아가게 된다. 온통 사각형 박스 관점에서 내 생각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도 사각형이 되어버린 듯하다. 그 사각형 안에 들어갈 수 없는 것은 필요 없는 것으로 여겨져 사각형 밖으로 추방된다. 앞으로는 사각형 밖에 있는 것을, 세상을 사각형의 눈이 아닌 다른 눈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밖을 내다보는 창문도 사각형이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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