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 이지웍스 대표 추천의 변(辯)=“항상 즐거운 에너지가 느껴지는 비결이 궁금합니다. 음악인 출신으로 디지털 콘텐츠 사업에 도전하는 열정이 부럽습니다.” 이성원 대표는 음악 유통 혁신을 추구하는 열정을 소개하고 싶다며 류호석 비손콘텐츠 대표를 추천했다. 비손콘텐츠는 애플 온라인 음악 판매 서비스 아이튠스 스토어의 한국 디지털 음악 공식 배급사다. 누구나 자기 음악을 쉽게 유통하는 뮤직스프레이 서비스도 운영한다.
우리 음악계에는 역동적인 에너지가 흐른다. 대중 음악은 빠르게 해외로 퍼지며 세계인의 사랑을 받고 있다. 한국 음악이 쌓아온 잠재력이 유튜브·아이폰 등 IT와 만나 세계를 무대로 폭발하고 있다. 하지만 시장이 인기 아이돌 중심으로 굳어지면서 다양성은 퇴색했다. 음원 서비스 인기 차트에 오른 곡이 관심과 수익을 독점한다. 노래 수명도 짧다. 주류에서 벗어난 음악은 팬에게 다가갈 기회조차 찾기 힘들다.
류호석 비손콘텐츠 대표는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한 해외 진출에서 답을 찾았다. 그는 “국내 시장의 관심에서 비껴 있는 창의적 음악인도 세계 음악 팬을 만날 수 있다”고 말한다.
계기는 아이폰과 만남이었다. 2007년 아이폰이 처음 발매되던 날 류 대표는 미국 뉴욕에 있었다. 서울대 문화콘텐츠 최고위 과정 일환으로 뉴욕대 연수에 참여하던 중이었다. 그는 “이제 세상이 바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음악이 휴대폰 안에 들어오면서 무한한 가능성이 생겼다”고 말했다. 곧바로 아이튠스 스토어 배급 사업을 준비했다. 음악 해외 배급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였다. ISRC니 UPC니 하는 국제 음악 유통 코드 관리 자격도 획득했다. 어렵게 자격 요건을 갖추고 애플을 접촉했으나 두 번 거절당했다. 한국에는 아이튠스 스토어도 없고 일본에도 직배사가 있으니 충분하다는 이유였다.
애플에서 먼저 연락이 왔다. 국내 아이폰 보급이 200만대를 넘어서던 시점이었다. 작년 2월 비손콘텐츠는 결국 애플 직배사 자격을 얻었다. 우리 음악을 해외에 유통할 채널을 얻은 것이다. 류 대표는 여기에 멈추지 않았다. 음악인이 번거로운 절차 없이 직접 음악 유통을 의뢰할 수 있는 디지털 음원 유통 플랫폼 `뮤직스프레이`를 열었다. “회원 가입 후 음원과 음반 레이블만 올리면 바로 음악을 아이튠스와 아마존 등을 통해 세계에 팔 수 있다”며 “소셜 미디어 등을 활용한 마케팅도 지원한다”고 말했다.
음원 배급이나 마케팅에 신경 쓸 여력이 없는 인디 음악인도 클릭 몇 번으로 자기 음악의 팬을 찾아 나설 수 있다. 판매된 음원은 자동 정산된다. 류 대표는 “노래를 만들고 CD를 구워 기획사를 찾아다니는 기존 기획 관행을 탈피해 시간과 장소에 관계없이 유통하는 모델”이라며 “세계의 창의적 음악이 모이는 글로벌 서비스로 키워나가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실제 뮤직스프레이에는 부산·목포는 물론 호주와 싱가포르 음악인도 음원을 유통하고 있다. 서남아시아 지역 대형 기획사와도 손잡았다. 비주류 음악만 유통하면 성장에 한계가 있지 않을까? 류대표는 “다양성을 품고 가면 주류는 자연히 따라 온다”며 “아티스트와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이 되겠다”고 말한다.
이는 류대표 역시 음악인 출신이기에 더욱 간절한 목표다. ROTC 전역 후 동기들이 대기업에 취업할 때 그는 어렸을 때부터 꿈인 음악에 도전했다. 몇몇 신곡 작업과 프로듀싱에 참여했지만 당시 불법 다운로드가 만연하면서 회사가 휘청했다. 그는 공연 기획으로 회사 방향을 틀었다. 스마트폰은 그의 꿈을 되살려 주었다. 류 대표는 “인디음악이나 기독교음악 등 비주류 음악도 세계로 눈을 돌리면 의외로 많은 가능성이 있다”며 “스타트업 방식으로 음악인의 성장을 돕고 싶다”고 말했다.
비손콘텐츠 현황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