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 소비심리 위축에 에어컨 부진
관련 통계자료 다운로드 주요 가전유통전문점 상반기 판매액국내 가전유통 시장이 올해 상반기 5년여 만에 처음으로 역성장을 기록하면서 가전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글로벌 경기 침체에 따른 내수 소비심리 위축이 직격탄이 됐고, 상반기에 효자 상품 역할을 해온 에어컨의 판매부진이 두드러졌다는 분석이다.
15일 전자신문이 입수한 주요 가전전문매장의 상반기 판매금액 정보에 따르면, 하이마트와 삼성디지털프라자(법인명 리빙프라자), LG베스트샵(하이프라자), 전자랜드의 상반기 제품판매 금액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10%가량 감소했다. 유통업계는 통상 이들 4개사 매장 판매액을 내수 가전유통의 55~60%로 추정한다.
하이마트는 상반기 1조4292억원의 판매액을 기록해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1% 판매액이 감소했다. 삼성전자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디지털프라자는 지난해 상반기보다 10% 줄어든 8328억원을, LG 전문매장 베스트샵은 8% 감소한 4586억원을 기록했다. 전자랜드도 12% 판매액이 줄어, 2238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4개 회사의 가전유통 판매실적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있었던 2007년 하반기 이후 매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해왔다. 4개 회사의 판매액이 모두 감소한 것은 최근 10년간 한 차례도 없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가전유통매장에서 1, 2년 전부터 휴대폰 판매를 확대해 왔는데, 이를 배제하게 되면 가전유통 매장이 겪는 부진은 더욱 심각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상반기 가전유통 침체는 유럽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경기침체가 국내 소비심리까지 크게 악화시켰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획재정부가 파악한 지난달 대형마트와 백화점의 매출액 역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각각 7.4%, 1.2% 감소하는 등 내수시장 부진은 가전·IT 유통부문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상반기에는 또 하이마트와 전자랜드가 경영권 분쟁·인수합병(M&A) 이슈에 휘둘리며 영업활동에 몰입하기 힘든 상황이었던 점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제품별로는 에어컨 부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하이마트에 따르면 매년 상반기 주력 상품 역할을 맡아온 에어컨 판매가 상반기 두 자릿수 판매액 감소를 기록했다. TV는 작년과 비슷하거나 소폭 하락한 수준, 냉장고와 세탁기는 지난해와 판매액이 유사하다.
가전업계 관계자는 “에어컨 판매부진은 두드러진 `열대야`가 없었기 때문”이라며 “올해 무더위가 빨리 찾아왔지만 습하지 않은 날씨로 불쾌지수가 높지 않고, 가족들이 모이는 저녁시간대에 온도가 그리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상반기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 가전유통 전문업체들은 하반기에 더욱 공격적 마케팅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이달부터 업체마다 올림픽 이벤트를 펼치는 등 올 하반기 다양한 판촉전이 나타날 수 있다.
롯데로 인수가 확정된 하이마트는 하반기 영업 부문에 가장 큰 힘을 쏟기로 했다. 전자랜드도 대주주의 지분 매각보다는 자체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 활동에 집중한다는 구상이다. 디지털프라자와 베스트샵도 제조사인 삼성전자, LG전자와 연계한 다양한 판매확대 전략을 펼칠 것으로 예상된다.
주요 가전유통전문점 상반기 매출액
자료:가전유통업계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