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에 이어 삼성전자와 TSMC도 ASML과 지분 인수를 포함한 전략적 제휴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계기로 450㎜ 웨이퍼 기반의 차세대 반도체 공정 개발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세계 최대 반도체 장비회사인 ASML은 10나노급 반도체 미세회로 패턴 형성에 필수적인 `극자외선(EUV:Extreme Ultra Violet) 노광(lithography)` 기술을 독점하고 있다. ASML은 세계 반도체 시장 선두 업체들과 제휴해 대규모 자금을 수혈하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전략이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 등 외신은 ASML이 삼성전자와 TSMC에 자사 지분 10%를 넘기는 조건으로 차세대 반도체 기술 공동개발을 제안했다고 보도했다.
하루 전 인텔은 ASML 지분(15%) 인수 및 공동 연구개발에 총 41억달러를 투입키로 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전자와 TSMC는 향후 45일 내에 이 같은 제안을 받아들일 지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가 ASML 지분 5%씩을 나눠가지는 데 소요되는 비용은 각 10억달러가량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인텔과 같은 방식으로 공동 연구개발 자금을 추가로 투입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자는 ASML 노광 장비의 최대 고객사다. 또 강력한 경쟁사인 인텔을 견제하기 위한 포석에서라도 ASML 지분 인수에 참여할 것이 유력하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 같은 움직임은 450㎜ 웨이퍼 기반 차세대 반도체 공정 도입을 앞당기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인텔·삼성전자·TSMC 외에 IBM·글로벌파운드리스가 참여해 지난해 발족한 450㎜ 공정 개발 컨소시엄 `G450C`의 액션 플랜이 시작됐다는 의미도 있다. 450㎜ 공정을 적용하면 현재 주력인 300㎜ 웨이퍼에 비해 칩 생산성은 두배 이상 높아진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450㎜ 신공정 장비 개발에는 250억달러에서 최대 400억달러의 대규모 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된다. ASML이 자사 지분 25%를 내놓으면서까지 자금을 수혈한 배경이다. 또 수요 기업들과 피를 섞어 안정적인 장비 구매를 보장한 측면도 있다. 특히 인텔이 선제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결정한 것은 450㎜ 노광 장비 부문에서 EUV가 유일한 대안으로 선택받았다는 의미가 크다.
최리노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 PD는 “차세대 450㎜ 웨이퍼 공정 개발의 가장 중요하고 최우선적인 과제는 어떤 노광 장비를 선택하느냐”라며 “EUV가 먼저 개발된 이후 나머지 공정에 최적화된 장비가 순차적으로 개발되는 수순”이라고 설명했다.
EUV는 파장이 매우 짧은 극단자외선을 이용해 웨이퍼에 미세회로 패턴을 전사하는 장비다. 10나노급 패턴 형성에 최적화된 기술로 ASML은 일본 니콘, 캐논 등 경쟁업체보다 최소 3년 이상의 기술 격차를 확보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따라 향후 핵심 노광 장비 부문에서 ASML의 주도권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실제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진 후 일본 니콘 주가는 7% 급락했다.
양종석기자 jsy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