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화 시대다. 우리나라는 지난 1995년 지방자치단체를 출범시키면서 지방화 시대를 본격 열었다. 오는 9월에는 총리실을 시작으로 36개 공공기관이 2014년까지 세종시로 이전해 지방화 시대 꽃을 피운다. 하지만 눈을 산업으로 돌려보면 지역 산업은 취약한 점이 하나둘이 아니다.
지역 소프트웨어(SW) 산업 역시 예외가 아니다. 정부가 지난 10여년간 지역SW산업 육성을 위해 많은 공을 들였지만 인력, 연구개발(R&D), 마케팅 등 모든 면에서 `허약`하다.
21세기는 지식을 기반으로 한 혁신과 창조의 시대다. 지역 개발도 이제는 SW 등 지식기술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약하고 힘든 지역SW산업을 일으켜 세울 무언가가 필요하다. 특히 SW산업은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이고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한 단계 높여주는 `에이스`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정부의 집중적인 지원과 육성책이 필요하다. 전자신문은 지식경제부·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지역SW산업발전협의회 등과 공동으로 지역 SW산업의 현황과 나아갈 방향을 매주 한차례 총 20회에 걸쳐 게재한다.
프롤로그
SW의 중요성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IT 산업구조가 하드웨어(HW) 중심에서 빠른 속도로 SW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휴대폰·TV·자동차 등 하드웨어의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요소는 다름 아닌 SW다. SW는 국가경쟁력 뿐 아니라 지역경제를 활성화하는 `원 투 펀치`가 될 수도 있다. 구글과 애플과 같은 SW 회사가 지방에 있다면 지역 발전은 저절로 커질 것이다.
이런 면에서 지방에서도 이제 글로벌 스타 SW기업이 탄생할 수 있게 인력 및 기술 인프라를 조성하고 정책적 지원을 집중해야한다.
지역 SW는 지역 산업의 경쟁력을 높여주는 촉매라는 점에서도 중요하다. 한국을 대표하는 하드웨어인 휴대폰·TV·자동차 등은 SW와 만나 더 똑똑해지고 부가기능을 높이고 있다. 마찬가지로 조선·철강·기계·의료 등 각 지역의 제조업과 산업은 SW와 융합할 때 한층 더 강해지고 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산업뿐만이 아니다. 해양·광물·토양·관광자원 등도 SW와 만나면 부가가치를 한층 높일 수 있다. 이는 지역 SW기업과 산업이 튼튼히 뿌리내리고 있을 때 가능하다. 정부가 지난 10여년간 공을 들여 지역 SW산업을 육성하고 기반을 조성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지역 SW산업은 취약하고 갈 길이 아직 멀다. 특히 서울과 비교하면 너무 초라하다.
국내 SW산업 생산액의 78.3%가 서울에 집중돼 있다. 지역의 경제력을 나타내는 지역내총생산(GRDP·Gross Regional Domestic Product)이 비 서울은 서울의 3.15배임에도 그렇다. 정보통신산업진흥원에 따르면 2010년 기준 SW기업 수는 절반 이상(59.8%)이 서울에 몰려 있다. 100억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기업도 95.5%가 서울에 기반을 두고 있다.
이런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해 정부는 1990년대 후반부터 지역SW 산업 육성에 본격 나섰다. 이 시기는 외환위기 이후 지역경제가 급속히 침체하던 때다. 당시 정부는 `강한 지방`을 육성해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가경쟁력 향상에 나섰다. 이를 위해 지역별 전략산업을 육성하는 `지역산업진흥책`을 마련해 추진했다. 전국에 SW를 전담하는 진흥기관이 설립된 것도 이 무렵이다.
1997년 부산·광주·대구·대전 4곳에 처음으로 지역SW진흥기관이 세워졌다. 1년 뒤인 1998년에는 인천·전주에, 1999년에는 춘천·강릉·안산·충북·울산에, 2000년에는 안양·제주·포항에, 2001년에는 창원·목포에, 2002년에는 고양·용인에 각각 SW 진흥기관이 설립해 현재 18곳에 달한다.
지역 특화 사업 등 정부와 이들 진흥기관의 노력에 힘입어 최근 3년간(2008~2010년) 지역 SW산업은 △기업수 16.1% △고용 24.7% △생산액 23.5% 증가라는 실적을 거뒀다. 그러나 서울 집중 현상은 좀체 해소되지 않고 지방 SW사업은 여전히 기근에 목말라하고 있다. 정부의 지역 SW산업 지원 예산이 2009년을 기점으로 계속 감소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지난 2009년 199억7000만원이었던 지역 SW산업 지원액은 2010년 175억4000만원으로, 2011년 153억1000만원으로 각각 줄었다.
올해도 152억4000만원으로 지난해보다 0.4% 감소했다. 김인환 고양정보산업진흥원장은 “각 지자체가 어려운 경제 여건에서도 자체 예산을 투입해 지역 SW산업 육성에 나섰지만 한계가 있다”면서 “지역 SW산업 활성화를 위해서는 중앙정책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야 하고 무엇보다 지역SW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강력한 의지와 이를 뒷받침하는 대대적 투자와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