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프라인 유통 업계 반격이 과연 실효를 거둘 수 있을까. 온라인 공습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던 미국 오프라인 유통 업계가 `판매세`로 역습을 시도했다.
미국 버지니아 등 다수 주가 내년부터 인터넷쇼핑에 판매세(세일즈 택스)를 물리는 법안을 통과시켰다고 워싱턴포스트가 10일 보도했다.
이 법안은 마이크 엔지(공화당)와 리처드 더빈(민주당) 상원의원이 초당적 합의로 12명의 다른 의원과 함께 지난해 11월 발의했다. 미국 하원 법사위는 이달 24일 이 법안 청문회를 연다. 워싱턴DC와 다른 지역 주정부도 같은 법안을 추진 중이다.
판매세는 우리나라 부가가치세와 유사한 개념이다. 물건을 구입할 때 소비자가 내는 세금이다. 통상 물건값의 10% 정도를 낸다. 국내에선 온라인과 오프라인 구분 없이 물건을 구입하면 부가세를 낸다. 미국에선 1992년 대법원이 “구매자가 거주하는 곳에 인터넷쇼핑업체의 사업장(physical presence)이 없으면 해당 업체는 판매세로부터 자유롭다”고 판결한 이후 본사가 위치한 주 이외에서는 판매세를 내지 않았다.
인터넷쇼핑에 판매세가 신설된 것은 주정부와 오프라인 유통 업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라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부동산 거품 붕괴로 파산에 이른 캘리포니아주는 고심 끝에 인터넷쇼핑에 판매세를 물리기로 작정을 하고 아마존에 달려들었다. 대법원 판례를 비켜가기 위해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아마존 협력사이트를 `아마존 사업장`이라고 우긴 것이다. 결국 오랜 투쟁 끝에 아마존은 오는 9월부터 캘리포니아주에 판매세를 내기로 합의했다.
텍사스주에서도 “물류창고도 사업장”이라는 주장에 못 이겨 이달부터 판매세를 내고 있다. 판매세가 확대되면 전체 주수입이 연간 230억달러나 늘어난다고 주의회전국회의(NCSL)는 밝혔다.
오프라인 유통 업계는 반색했다. 온라인 제품 가격이 최소 5~6% 오르기 때문에 경쟁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했다. 미국 인터넷쇼핑 시장은 지난해 2000억달러 규모로 커졌다. 지난 1분기에도 전년 동기보다 15%나 성장했다. 반면에 오프라인 시장의 감소세로 전체 유통시장이 이 기간 6% 성장에 그쳤다.
워싱턴포스트는 온라인 판매세가 미국 전역으로 확대될 움직임이라고 보도했다. 그러나 판매세 도입이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구세주가 될지는 미지수다. 오프라인 매장을 `쇼룸`으로 활용해 구경만 하고 정작 구매는 온라인에서 하는 소비자들의 구매 행태가 쉽사리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아마존은 한 걸음 더 나아가 “판매세가 제품 가격에 더해지더라도 전체 판매량에는 미미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