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 이젠 망 공존으로]<2>(3)인터넷 업계가 말하는 해법

“차라리 카카오톡이 SK텔레콤 사용자를 차단하라.”

카카오톡의 모바일인터넷전화(mVoIP) 기능 `보이스톡`을 놓고 통신업계와 카카오의 갈등이 한창이던 지난달, 한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이다. 카카오톡을 사용할 수 없게 되면 사용자가 카카오톡을 쓸 수 있는 다른 통신사로 옮겨갈 것이라는 얘기다.

물론 실현 가능성이 희박한 극단적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말이 나온다는 사실 자체가 통신사와 인터넷·콘텐츠 업체 사이의 관계가 예전과 달라졌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통신사업자는 자기 망에 콘텐츠와 서비스를 올릴 업체를 철저히 관리하며 망을 통제하는 `슈퍼 갑`이었다.

2009년 아이폰이 국내에 도입되고 2년여 만에 상황은 딴판이 됐다. 통신사 통제를 거치지 않고 누구나 자유롭게 무선 인터넷을 이용했고, 앱스토어가 사용자가 모이는 새 플랫폼이 됐다. 단말기 제조사나 모바일 운용체계(OS) 제조사, 인기 앱 개발사 등 고객 접점을 가진 업체 입김이 세지는 동안 통신사는 `빨랫줄` 관리자가 돼가고 있다.

이런 `파괴적 혁신` 불안감이 통신사가 망 중립성 문제를 제기하는 근본 이유라는 것이 인터넷 업계 시각이다. 통신사 수익 구조를 갉아먹는 혁신 서비스 등장에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보이스톡 통화 품질 저하 논란과 관련해 이석우 카카오 대표가 “이동통신사가 보이스톡을 핑계로 요금을 올리려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수익 감소 우려를 망 중립성이나 트래픽 관리 등의 이슈로 포장한다는 지적이다.

정작 모바일 트래픽 급증 원인인 동영상에는 침묵한다는 점도 이런 판단의 근거다.

최근 망 중립성 논쟁을 촉발한 mVoIP가 트래픽 폭증을 유발하는 주범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한다. 국내 주요 인터넷 기업이 조직한 오픈인터넷협의회는 망 중립성 문제를 놓고 “시스코 전망에 따르면 2015년 전체 모바일 데이터 가운데 mVoIP 비중은 0.4%에 불과하다”며 “통신사의 mVoIP 차단은 자신의 비즈니스 모델과 충돌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통신사도 최근 이 점을 감안해 mVoIP 논쟁은 트래픽이 아니라 무임승차로 통신사 수익모델을 빼앗아가는 문제라고 대응하기도 했다.

인터넷 업계는 망 중립성 문제를 논하기에 앞서 기존 망 중립성 원칙의 준수가 우선이라는 시각이다. 망 사업자가 트래픽을 임의로 차별하거나 제한하지 못하도록 해 경쟁과 혁신이 사라지지 않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통신사 결정에 따라 통신망에 접근하는 서비스나 기기 공급이 차단될 수 있다면 서비스의 불확실성이 커져 인터넷 기업이나 사용자 모두 피해를 보게 된다는 주장이다. 누구나 창의적이고 혁신적 서비스를 제약 없이 내놓을 수 있는 생태계가 마련될 때 소비자는 물론이고 망 사업자와 인터넷·콘텐츠 업체가 상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망 중립성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바탕으로 인터넷 및 통신 업계가 협업 모델을 적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음성 중심 사업 모델을 데이터 중심으로 전환하면서 상생 모델을 적극적으로 찾을 수 있으리라는 기대다. 통신사와 카카오톡이 손잡고 `카톡 요금제`를 만들 수도 있다는 발상이다.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은 얼마 전 음성이 아니라 데이터 중심 요금제를 새로 내놓았다. 데이터 사용량을 중심으로 음성 서비스를 부가 제공하고 다양한 모바일기기에 데이터 사용량을 할당하는 방식이다.

NHN재팬은 최근 모바일 메신저 `라인` 플랫폼 전략을 발표하며 일본 통신사 KDDI와 협력하기로 했다. KDDI의 스마트폰 서비스 상품에 라인 앱을 넣고 KDDI 사용자 전용 콘텐츠를 제공한다. 공동 망 관리 논의도 약속했다.

한종호 NHN 이사는 “IT 환경은 음성마저 데이터로 간주되는 `올 IP`로 급변하고 있다”며 “데이터 상품을 중심으로 망 사업자와 콘텐츠 업체가 상생 모델을 발굴할 여지가 많다”고 말했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통신 시장 구조의 변화와 연관된다. 요금제 등 규제를 풀어 통신사가 시장에 맞는 상품을 자유롭게 내놓을 수 있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런 과정을 거쳐 망이 혁신을 이끄는 생태계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최민식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망에 신경 쓰기 시작하면 신규 비즈니스나 신생 기업 등장이 어려워진다”며 “한쪽의 의견만으로 망이 좌우되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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