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미래다]<1부> 멘토가 필요하다 (11)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

2010년 소셜커머스가 우리나라에 소개됐다. 불과 2년 사이에 소셜 커머스는 산업이자 생활문화로 자리 잡았다. 5명으로 시작해 800명이 일하는 기업으로 급성장했고 오프라인 비즈니스를 온라인으로 옮겨 오는 거대한 흐름을 주도했다. 소셜커머스 분야 1위 티켓몬스터는 자취를 감췄던 벤처에너지를 되살린 대표 기업이다. 극적인 창업 드라마의 모든 요소를 갖췄다. 스타트업 열풍의 선두에 있는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를 허운나 스타트업포럼 이사장이 만났다.

-허운나 스타트업포럼 이사장=최근 벤처 열풍의 아이콘이다. 창업을 꿈꾸는 많은 젊은이에게 희망을 주었다. `창업은 나에게 ○○○이다`라고 한마디로 정의한다면.

▲신현성 티켓몬스터 대표=창업 자체가 즐거움이다. 창업은 `행복`이다. 뚜렷한 목표에서 창업을 한 것은 아니고 창업 과정 자체가 즐겁고 행복해 할 것 같아 시작했다.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과 모여 같은 비전을 만들어 가고 스토리텔링하는 과정이 나와 잘 맞는다. 대학 다니며 창업했을 때 이런 체험을 했기에 직장 생활하면서도 다시 창업을 꿈꿨다. 유명 컨설팅 회사에 있었지만 별로 재미는 없었다.

-허운나=미국에서 창업을 한 적도 있다고 들었다. 한국과 미국의 창업 환경 차이는.

▲신현성=그렇게 큰 차이가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주변에 창업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이 장점이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창업한 친구도 있고, 하여튼 회사를 시작하는 사람이 옆에 항상 있다. 주변에 아무도 안 하면 도전하기 어렵다. 한 사람이라도 하면 쉬워지고, 그 중에 하나가 성공하면 더 쉬워진다. 지금은 좀 달라지긴 했지만, 창업을 준비하러 한국에 왔던 2년 반 전에는 국내에 창업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어르신들한테 “너 이거 하면 망한다. 지금 잘 나가는데 왜 그러느냐”는 얘기 많이 들었다.

-허운나=창업할 때 같이 하는 사람이 중요하다. 다양한 능력과 배경을 지닌 동료를 만나는 것이 중요하지 않나.

▲신현성=내 경우엔 반대였다. 그냥 좋아하고 같이 시간 보내면 즐거운 친구와 창업했다. 창업한다면 그렇게 안 할 것 같기는 하다. 친구들이 모두 배우고자 하는 자세도 있었고 인간적으로 잘 맞아서, 배워 나가며 고비를 넘겨갈 수 있었다. 창업자 5명 합쳐 사회 경험이 3년이었다. 능력보단 열정으로 뛰어넘었다. 영업 나가 성과 없이 돌아와 낙심될 때 다른 친구가 더 좋은 아이디어를 내고 용기를 북돋아 주었다.

-허운나=티몬이 창업 2년 만에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다. 두려움도 있었을 것 같다. 갑자기 커지는 회사를 경영할 역량은 어떻게 키웠나.

▲신현성=처음에는 경영을 해 나가며 역량을 차근차근 키워갈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회사가 처음 예상 못 했던 정도로 갑자기 확 커졌다. 소셜커머스가 당연히 맞는 방향이라고 판단해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시장이 더 커졌다. 내가 부족하다는 것을 회사가 커진 다음에 느꼈다. 회사를 못 따라가면 내가 망할 수 있다는 느낌이 왔다. 그래서 그때 좋은 사람을 많이 영입하는데 힘을 쏟았다.

-허운나=좋은 사람 구하기가 쉽지 않은데.

▲신현성=사람에 대한 욕심이 센 편이다. 적극적으로 만나고 알아보고, 맘에 둔 사람 회사 앞에 가서 매일 기다리면서 커피 마시고 해서 손잡고 데려오곤 했다. 카이스트 내려가서 여러 번 발표하고 사람 데려오고, 벤처 대회에도 참여해 같이 일을 해 보고 뛰어난 사람 데려왔다. 아는 사람 통해 영입하기도 했다. 한국 상황을 잘 몰랐고 인맥도 없었기에 오히려 원하는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한국에서만 살았으면 친구나 알던 사람만 만났을 텐데, 백지 상태에서 창업을 결심하고 여기에 맞는 사람들 두루 만나기 시작했다. 엔젤 투자한 노정석 아블라컴퍼니 대표도 트위터 팔로하다가 근처 카페에 있다 해서 뛰쳐나가서 만났다.

-허운나=리빙소셜과 인수합병(M&A)했다. 기업공개(IPO)나 인수합병 등 스타트업의 발전 전략에 대해 평소 어떻게 생각했는지.

▲신현성=인수합병 당시가 사업하며 가장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당시 2주 동안 욕만 먹은 것 같다. 안타까웠다. 두 회사의 가장 완벽한 파트너십이 M&A라고 생각한다. 취직이 아닌 창업이라는 선택이 있음을 보여주는 만큼, 창업 이후에도 IPO도 있고 망할 수도 있고 합병이란 옵션도 있다고 알려주고 싶다. 합병으로 시너지 내 좋은 모델 만들 수 있다. 아마존도 합병하면서 독보적 전자상거래 회사가 될 수 있었다.

합병이 없으면 회사가 망할 확률도 높아진다. 끝까지 버티다 보면 상황이 안 좋아질 수 있다. 벤처 선순환도 꼭 필요하다. M&A로 얻은 돈을 재투자하거나 다른 사업 하는 등 성공 사례가 있으면 창업할 용기가 생긴다.

-허운나=글로벌 시장을 향한 의지가 강한 것 같다.

▲신현성=한국이 미국에 비해 규모의 한계가 명백하다. 글로벌 기업과 해외 시장에서 맞대결하면 승산이 없다고 보았다. 한국과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를 합쳐 빨리 확장하면 다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리빙소셜과 M&A도 그래서 선택한 것이다. 한국에서 출발한 글로벌 회사를 만들고 싶다. 아시아를 커버하면서 미국 회사와 승부에서 이기는 것이 궁극적인 비전이다.

-허운나=벤처 인큐베이터 패스트트랙아시아 설립에 참여했다. 신대표 본인이 벤처 키우기에 관심 많은 것 같다.

▲신현성=미국에서도 봤지만 선배들이 가이드해 주는 것이 가장 큰 힘이다. 멘토가 어려움 풀어주고 문제 해결 위해 뛰어주는 생태계를 많이 봤다. 페이스북, 구글도 모두 엔젤 투자 있었다. 선배가 가이드 해 주고 사람도 뽑아주고 의사결정도 같이 해준다. 그건 것이 회사의 성공 여부를 가르는 핵심이다. 한국엔 그런 모습이 별로 없다. 다른 좋은 회사를 볼 때 나도 가슴이 뛴다. 다들 성공했으면 좋겠다는 의미도 있다. 티몬 역시 많은 벤처의 힘을 받아서 빨리 뛸 수 있었던 회사인데, 받은 만큼 베풀고 싶다.

-허운나=이제 스마트 시대다. 스마트 기기나 기술이 사회 전체가 확대되면서 창업 기회가 많아질 것으로 보는지.

▲신현성=기회가 많이 존재한다. 지금 시작해도 기회가 남아 있을 것이란 느낌이 든다. 인스타그램 같은 회사도 모바일이 없었다면 존재할 수 없던 회사다. 카메라 앱 하나 만들어 1조원 회사 된 것은 놀라운 일이다. 모바일 때문에 인터넷을 4~10배 더 많이 쓰기 시작하고 따라서 시장도 확대된다.

-허운나=기회는 어디서 올 것이라고 보는지. 신 대표는 지역 상권에 관심이 많은 듯 한데.

▲신현성=오프라인에 있던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옮겨갈 것이다. 물론 아직까지 오프라인이 더 크다. 웨딩과 중고차 시장 등은 오프라인 중심이다. 하지만 앞으로 모든 오프라인이 온라인으로 오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이다. 100년 앞을 예상해 본다면 그때에는 모든 것을 모바일로 할 것 같다. 신용카드도 플라스틱 카드 쓰지 않고 모바일로 쓸 것 같다. 사회 전체 생활 방식이 바뀌니까 시장이 생길 것이다. 어떤 분야 사업을 먼저 찍을까의 문제다.

티몬 경영하면서 지역 비즈니스 온라인화의 수요를 더 느끼게 됐다. 레스토랑 광고 플랫폼이 오랫동안 진화하지 않았다. 소문이 퍼져 손님이 오기를 그냥 기다린다는 사장이 대부분이었다. 소셜커머스가 이런 마케팅 수요를 인터넷으로 옮겨오면서 홍보 플랫폼으로 자리잡았다.

-허운나=소비자와 파트너의 신뢰를 쌓지 않으면 힘들다.

▲신현성=2010년 소셜커머스 업체가 나오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몇 천개가 생겼다. 너무 많아지면서 사기 거래 위험이 높아졌다. 올해 들어서 크게 4개 회사밖에 안 남았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산업 분위기가 이미 어느 정도 자리잡지 않았나 생각한다.

-허운나=요즘 젊은이는 대기업이나 국가고시 등 안정적 직업에 매달리는 추세다. `창업하라`고 후배들에게 당당히 권할 수 있는 이유가 있다면.

▲신현성=사실 창업하라고 밀어붙이기 보다는 창업이 가능한 선택의 하나로 자리잡았으면 좋겠다. 창업이 모든 사람에게 맞지는 않다. 다만 지금까지는 선택의 여지도 없었던 게 문제였다. 이제는 창업 환경이 바뀌어 나가고 있음을 알려 주는 게 필요하다. 너무 창업 열풍을 홍보해서 창업에 안 맞는 사람들까지 창업에 뛰어드는 것도 문제이기는 하다.

-허운나=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정부나 사회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지.

▲신현성=최근 정부 지원 정책도 많이 좋아지고 있다. 투자 자금을 마련해 놓은 것이 있는데 이를 기존 벤처에서 성공했던 사람들이 관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성공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을 알아보는 눈이 중요하다. 공부해서 되는 것 같진 않다. 성공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모여 관리하면 좋을 듯하다. 정부에서 앞장서서 밀어줬으면 한다. 미디어도 신생 벤처 기업을 보다 많이 다루어주었으면 한다.

-허운나=지금 다시 벤처를 시작하고 팀을 짠다면 과거와는 무엇을 다르게 할 것 같은가.

▲신현성=처음에 고통을 느꼈던 부분을 다 없애고 싶다. 각 분야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것도 절실히 느꼈다. 항상 크게 준비하고 가자라고 생각한다. 일을 벌려놓고 치우는 작업이 가장 힘들었기 때문이다. 내가 모두 해야 된다는 생각이 있었다. 각 분야마다 풀어야 하는 문제에 답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 그런 사람과 논의하고 도움을 요청하면서 풀어 나갔으며 쉽게 일을 해결할 수 있었을 것이다.

-허운나=창업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신현성=기회가 커지고 있고 벤처 인식도 우호적이다. 지원 사업도 좋아졌다. 한 번 창업 해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까 한다. 안 하는 것이 오히려 기회비용이 많을 수도 있다. 시도해보는 것을 두려워할 필요 없다. 이제는 관심이 있으면 용감히 시도할 수 있는 것까지는 가능한 사회가 됐다. 벤처 기업에 합류하면 리스크 없이 창업 경험을 할 수도 있다. 새로 생긴 곳에서 일해 나가는 것 보며 자신과 맞는지 눈으로 확인해 볼 수도 있다. 고민만 하고 있는 친구들이 많은데, 고민만하고 행동 안 하는 게 더 큰 리스크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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