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기업이나 산업관련 예산이 크게 삭감되면서 연구개발(R&D)은 물론이고 무역, 해외자원개발까지 산업 전 분야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된다.
8일 정부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식경제부가 제출한 내년 예산안이 올해보다 약 1조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줄어든 예산의 대부분은 신산업육성과 인력양성을 위한 자금이나 R&D, 해외자원개발 등 모두 기업·국가산업과 관련된 부분이다.
지경부가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4800억원 줄어든 15조5000억원 규모로 나타났다. 예금과 보험금 지급 등을 위해 늘어난 예산 약 5000억원을 감안하면 실제 줄어든 사업관련 예산은 약 1조원에 달한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R&D 예산이다. 당초 약 0.5%(200억원)를 감축해 올렸던 R&D 예산도 국가과학기술위원회 조정을 거치면서 5% 규모 삭감으로 확대된 것으로 확인됐다. R&D 예산은 해당 부처에서 작성해 재정부에 신청하는 것과 달리 국과위에서 1차 심의조정을 해 이달 말 재정부로 넘겨 최종 조정하게 된다.
현재 국과위에서 검토하는 지경부 R&D 예산은 4조7448억원보다 2000억원가량 감소한 4조5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매년 5% 이상씩 늘어났던 R&D 예산을 감안하면 체감되는 삭감 규모는 10%에 달한다.
사실상 신규 R&D 과제는 고사하고 기존에 추진하던 계속 사업마저 예산이 줄어드는 상황이다.
실제 로봇사업 관련 예산은 크게 삭감됐다. 대구시가 신청한 로봇클러스터 조성사업 예산 357억원 가운데 80억2400만원만 받아들여졌다. 한국로봇산업진흥원 건립비도 150억원에서 20억4200만원으로 줄었다.
다른 사업과 분야들도 비슷하다. 실제 해외 자원개발과 관련된 예산은 약 4000억원이 줄었다. 과거 7000억~9000억원 규모 예산이 배정됐던 분야다. 자원 확보의 중요성이 점점 중요해지는 상황을 감안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또 중소·중견은 물론이고 대기업까지 의존하는 무역보험 관련 재원으로 신청한 무역기금 출원 예산도 전액 삭감됐다. 대내외 리스크가 커지면서 무역보험 등에 대한 의존이 커지고 있는 상황과 배치된다. 무역기금 부실화를 통한 기업들의 2차 피해까지 우려된다.
한 정부출연기관 관계자는 “내년 산업분야 R&D 삭감 등 산업관련 예산 삭감은 우리 산업 경쟁력에 큰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정부가 복지를 강조하지만 가장 바람직한 복지는 일자리 창출이라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고 밝혔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