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 중립, 이젠 망 공존으로]강정수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인터넷은 경제성장의 엔진이요 사회변화의 힘이다. 지난 20년간 인터넷을 둘러싸고 이뤄진 경제와 사회 변화는 실로 증기기관에 기초한 철도, 선박, 자동차 그리고 비행기가 인류사회에 가져온 변화와 견줄 만하다. 아니 그 이상이다. 인터넷의 경제적 또는 사회적 기여도는 앞으로 10년, 100년 그리고 1000년을 이어가며 더욱 더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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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별 자동차가 유일무이한 고유주소(URL)를 가지고 망을 이용해 서로 연결되며 사람, 건물, 장애물 등 도로 위의 모든 것이 인터넷으로 연결돼 무인 운전이 가능한 시대가 머지않았다. 휴대형 전자계산기의 보편화가 서구국가에서 수학교육에 근본적 변화를 가져왔던 것처럼 인간사회 절대다수 지식이 위키피디아에 저장되고 공유되며 스마트미디어로 언제 어디서나 찾을 수 있게 될 때 교육의 성격과 내용은 적지 않은 변화를 겪게 될 것이다.

최근 한국사회에서도 뜨겁게 진행되고 있는 망 중립성 논쟁의 핵심은 사람 몸에 비유하자면 신경망과 혈관계에 해당되는 유선 및 무선 인터넷의 성격과 운명을 두세 기업에만 맡길 것인지, 아니면 사용자, 콘텐츠 생산자, 정부당국, 망 사업자 등 관련자의 집단적 노력에 맡길 것인지에 놓여 있다.

망 중립성을 반대하는 무선 인터넷 망 사업자 주장은 마치 차별대우 및 검열이 가능한 유선 및 무선 인터넷이 우리의 미래라고 주장하는 것과 같다. 데이터 차별만이 이미 막대한 돈이 들어간 무선 인터넷 망의 무임승차를 막을 수 있는 방법이고 데이터 검열이 더욱 훌륭한 미래 인터넷 망에 대한 자신들의 투자의지를 가능케 하는 수단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무임승차는 도로, 전기, 수도 등 공공재 영역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그러나 무임승차는 이론적으로 가능한 것이고 현실에서는 다양한 방지책이 존재하기 때문에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예를 들어 국민 세금으로 만든 대한민국 고속도로에서 통행료를 받지 않는다고 가정하자. 그리고 일본과 한국의 영토가 연결돼 있다고 가정하자. 대한민국 고속도로 건설에 세금 한 푼 내지 않은 일본 화물차가 대한민국 고속도로를 오가며 경제적 유익을 얻는 것, 이것이 바로 무임승차다. 또는 각자의 소득에 맞게 세금을 내야 하는데 이를 거부하거나 세금을 포탈하면서 대한국민 정부가 제공하는 국방, 수도, 전기 서비스를 무상으로 또는 저렴하게 사용하는 개인과 기업이 있다면 이것이 무임승차다. 이러한 복수의 가정 및 조건을 인정한다고 해도 무임승차는 의도적으로 방임하는 사례를 제외한다면 불가능에 가깝다.

그러나 사용자뿐만 아니라 네이버, 다음, 유튜브 그리고 카카오톡과 보이스톡 모두는 망 사업자에 각자 데이터를 사용한 만큼 요금을 지불하고 있다. 따라서 낡은 경제학 교과서의 힘을 빌려 무임승차 운운하는 망 사업자 주장에서 합리성 또는 타당성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또 망 중립성은 인터넷에 흐르는 데이터에 어떠한 정치적 내용이 담겨 있든 또는 미풍양속을 해치는 내용이 담겨 있든 그 데이터를 망 사업자 또는 정부가 검열해서는 안 된다는 뜻도 가지고 있다.

따라서 망 중립성 훼손을 방지하기 위한 노력 또한 경제적 측면과 사회적 측면 두 가지 영역에서 진행돼야 한다. 이에 기초한 인터넷 문명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집단적 노력과 결정으로서만 지켜지고 발전할 수 있다.

강정수 연세대학교 커뮤니케이션연구소 전문연구원 berlinlo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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