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특정 주파수 대역을 통신사가 공동으로 사용하는 `주파수 공용화`를 제안했다.
이상철 LG유플러스 부회장은 지난 주말 롱텀에벌루션(LTE) 서비스 개시 1주년을 맞아 연 기자간담회에서 “이동통신 3사가 주파수를 함께 쓰자”는 깜짝 발언을 했다.
이 부회장은 “1.8㎓·700㎒ 대역 주파수 중 60~70㎒ 폭이 올해 내 가용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주파수 공용화를 제안했다”고 말했다. 앞으로 추가 주파수 할당을 위한 경매 체제 대신 `공동 구매`를 하자는 것이다.
이 부회장은 “이통 3사가 모두 고민하는 데이터 트래픽은 항상 높게 가는 게 아니라 어떤 장소, 일정 시간에 몰려서 폭증한다”며 “이에 대비해 통신 기업은 엄청난 가격의 주파수와 통신망 장비에 투자한다”고 말했다.
비교적 시간도 짧고 지역도 좁은 `폭증 지역` 때문에 주파수를 필요 이상으로 확보하는 `주파수 과잉 투자`가 발생한다는 지적이다. 이 부회장은 “주파수 가격이 자꾸 올라가면 결국 요금인상 시초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파수 공용화는 필요한 만큼만 기기를 임대해 쓰는 클라우드 컴퓨팅과 비슷하다. 쓴 만큼만 사용료를 내자는 것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이에 대해 “3사가 주파수 구매를 위해 별도 법인을 구성해 주파수를 공동 구매한 후 필요한 만큼 쓰고 쓴 만큼 비용을 내는 것도 방식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 설명했다.
LG유플러스는 하반기 LTE 음성통화(VoLTE)를 상용화하고 커뮤니케이션 혁명을 주도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지금까지 세계 최초 LTE 전국망 구축 등 서비스 커버리지 및 데이터 용량 확대로 LTE 시장을 견인해 왔다면 이제부터는 세계적으로 올IP(All-IP) 기반의 혁신적인 서비스로 변화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이를 위해 △음성도 패킷으로 전송하는 VoLTE 상용화 △All-IP 기반 LTE 특화 서비스 △멀티캐리어 상용망 구축 등 차세대 네트워크 진화를 전략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LTE 특화 콘텐츠 서비스도 확대한다. 클라우드 게임 서비스인 `C게임즈`를 출시하고 통화 중 콘텐츠 공유 등의 서비스도 도입한다.
LG유플러스는 현재 LTE 가입자가 262만명이며 연말까지 500만명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뉴스의 눈
이 부회장이 언급한 주파수 대역은 지상파 방송사와 통신사가 모두 군침을 삼키고 있다. 경쟁이 많으니 가격은 올라갈 게 뻔하고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LG유플러스는 노심초사 할 만하다.
올해 발굴하는 주파수 대역이 LTE 서비스를 위해 꼭 확보해야 하는 대역인 것도 공용화 제안 배경으로 꼽힌다. 1.8㎓ 대역은 유럽과 아시아 등 글로벌 통신사 대부분이 LTE 주파수로 사용하고 있다. 소위 `황금주파수`로 불린다. 또 700㎒는 북미 통신사가 LTE에 사용하는 주파수 대역이다. 즉 LTE 로밍을 위해서는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주파수인 셈이다.
국내에서는 SK텔레콤과 KT가 1.8㎓ 대역에 LTE 주파수를 보유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LTE용 주파수가 2.1㎓ 대역과 800㎒ 대역이다. 중요한 1.8㎓ 대역에는 LTE용 주파수가 없다. 1.8㎓ 대역 주파수 발굴 후 통신 3사에 주파수가 분배돼도 경쟁사업자는 기존 주파수와 함께 넓은 대역폭을 쓸 수 있지만, LG유플러스는 절반 정도의 대역폭에 그쳐 활용성이 제한될 수 있다. 결국 주파수 공동사용으로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고,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부회장은 주파수 공용화 의사를 이미 타 이통사에 타진했다며 “아직 검토 중인 것 같다.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T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통사의 주파수 확보는 상대 기업보다 경쟁 우위에 서게 할 수 있어 `투자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새 주파수 확보는 이통사에 새로운 서비스와 추가 가입자를 수용할 수 있는 기반이면서 한정된 주파수 시장에서 경쟁자를 앞지르고 막아서는 길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SK텔레콤 측은 “검토해봐야 하는 사안”이라고 밝혔다.
권건호·황태호기자 wingh1@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