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등연구소]KIST 스핀소자연구센터

목요일 오후 4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연구동 스핀소자연구센터 회의실. 젊은 연구자 10여명이 모여 두서없는 토론이 한창이다. 자세히 들어보니 토론이 아니라 브레인 스토밍이다. 장준연 스핀소자연구센터장은 “상상가능한 모든 아이디어를 모으는 회의가 중요하다”며 “아니면 치열한 개발 경쟁에서 주도권을 빼앗기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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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는 10년 뒤 한국을 먹여 살릴 신기술 가운데 하나로 `스핀트랜지스터`를 꼽았다. 각국의 개발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세계적 연구그룹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연구팀이 있다. KIST 스핀소자연구센터가 주인공이다. 연구팀은 지난 2005년 `신개념 스핀전자소자 기술개발`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외부 과제 수행 없이 오로지 이 분야만 전담해 연구한다. 국내에서 유일한 연구팀인 만큼 일궈낸 성과도 독보적이다. 지금까지 발표한 SCI 논문만 123편, 출원 특허는 47개에 달한다.

센터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예의 주시한다. 2009년 센터가 발표한 놀랄만한 성과 때문이다. 센터는 지난 20년간 과학계와 산업계에 이론으로만 제시됐던 전자 스핀을 이용한 `스핀트랜지스터 소자`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금속과 반도체 간 전도도 차이로 자성금속에서 반도체로 스핀 주입이 불가능하다는 학계의 정설을 뒤집은 것이다. 동시에 차세대 반도체 산업을 이끌 `스핀트랜지스터` 상용화를 한걸음 앞당겼다.

장 센터장은 “스핀트랜지스터는 원자핵의 다양한 회전방향인 `스핀(spin)`을 정보 수단으로 삼기 때문에 지금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동시에 빠르게 저장·처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10년을 기점으로 그린·헬스 디바이스가 확대되면서 반도체 수요도 급증 추세다. 반도체의 고성능이 요구되는데 기존 전자를 조절하는 방식으로는 반도체 진화에 한계가 있다. 스핀트랜지스터가 이 장벽을 넘어서는 유력한 대안으로 손꼽힌다.

최경수 박사는 “메모리 분야에 대한 연구는 마무리단계로 기업에 기술이 이전된 상태”라며 “논리소자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면 6~7년 뒤 바로 부팅하는 컴퓨터를 비롯해 지금과 다른 차원의 반도체를 선보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센터는 스핀 연구에 가속도를 붙이기 위해 우수 연구자를 대거 모셨다. 분야가 서로 다른 전문가들이다. 유·무기 나노복합체 전문가 이현정 박사, 양자스핀 전문가 최경수 박사, 그래핀 전문가 장차운 박사가 그들이다. 스핀과 관련한 융합연구가 차별화를 제시해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들을 통해 저차원 스핀소자(그래핀을 이용한 전하 전송), 바이오 융합소자(바이러스 활용한 배터리와 솔라셀), 양자소자 등을 연구 중이다.

현재 스핀 분야 연구는 치열한 경쟁구도다. 센터를 비롯해 프랑스, 미국, 일본(2개 그룹) 연구팀이 이 분야에 매진하고 있다.

◇용어설명

스핀트로닉스= 전자의 `스핀(spin)`과 `전자공학(electronics)`의 합성어로 스핀을 이용한 전자소자다. 스핀은 물체의 자기적 특성을 결정하며 전자 자전방향은 시계방향과 반시계방향 두 가지가 있다. 이를 이용해서 스핀을 위와 아래로 구분해 신호를 형성한다. 예를 들어 스핀이 시계방향으로 돌면 `0`, 반대방향으로 돌면 `1`로 인식, 전자 하나가 1비트가 된다. 기존 소자기술은 반도체 전하를 조절해 전하의 양이 많고 적음을 신호로 이용했다. 스핀트로닉스는 전자가 가진 스핀 방향을 활용해 또 하나의 신호로 이용한다.


윤대원기자 yun1972@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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