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뒤를 이을 차세대 메모리가 부상하고 있다. 조만간 D램을 대체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국내 미세공정 기술 수준은 D램 한계치라는 `1X나노미터(㎚)` 수준까지 내려왔다. 10㎚ 밑으로 가면 D램 시대는 끝난다는 게 중론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인피니언·ST마이크로 등 반도체 업계는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차세대 메모리 반도체 연구에 돌입했다.
일본·미국 등 해외 움직임도 바쁘다. 일본은 정부 사업으로 지난 2007년부터 5년간 51억엔을 지원해 동북대·도시바 등 산학연 공동으로 `차세대 고성능, 초저소비전력 스핀 디바이스 기반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은 빼앗긴 반도체 산업 주도권을 되찾고자 우리보다 앞서 움직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미국은 국방부 고등연구계획국(DARPA) 프로젝트로 기업체에 4년간 1500만달러를 지원해 `STT-M램 원천기술`을 산학연 공동으로 개발하는 중이다. 유럽연합(EU)에서도 정부출연연구소(CEA)와 기업체에서 STT-M램·P램·R램 등에 관련된 재료와 소자 원천기술을 집중적으로 연구 중이다. 민관 모두 차세대 메모리 산업을 향한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는 셈이다.
◇차세대 메모리 개발 각축전=지난 10일 SK하이닉스는 미국 IBM과 P램(상변화 메모리) 공동 개발과 기술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다. IBM 기술력과 SK하이닉스의 미세공정 기술력·제품 양산능력을 결합해 상용화 시기를 앞당긴다는 전략이다. 지난해 6월 IBM 연구진은 안정적인 MLC 방식을 이용해 PC와 서버 부팅 속도를 대폭 줄이고 전체적인 IT시스템 성능을 높이는 P램 기술을 시연했다. MLC는 한 셀당 2비트 이상 정보를 저장하는 기술이다.
SK하이닉스는 엔터프라이즈 서버 성능을 향상하고 전력소비를 완화한 SCM 제품으로 상용화에 나섰다. SCM은 서버에서 D램과 SSD 중간역할을 하는 신개념 버퍼 메모리로 각 제품의 기능을 일부 보완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M램·R램·F램·P램 등 모든 차세대 메모리 개발에 착수했으며 일부 메모리는 상용화에도 성공했다. 상용화 가능한 용량을 높여나가고 있다. 회사는 2004년 D램 휘발성과 집적도 한계를 극복한 비휘발성 64메가비트(Mb) CMOS P램 기술을 업계 최초로 개발했다.
인피니언 역시 수년간 IBM과 공동 개발해 16Mb M램을 개발했다고 발표하며 차세대 메모리 경쟁 대열에 뛰어들었다. M램은 F램과 마찬가지로 전원을 꺼도 정보가 날아가지 않는 플래시메모리의 비휘발성과 D램의 내구성, S램의 속도를 겸비한 차세대 메모리로 꼽히는 제품이다. ST마이크로도 지난 2004년 8Mb P램을 개발했다.
◇`포스트 D램`, P램·M램으로 좁혀져=차세대 메모리 중 D램의 뒤를 이을 제품으로 P램과 M램이 각광받고 있다. P램은 결정 상태에 따른 저항 차이를 이용한 메모리 반도체로 전원이 공급되지 않는 상황에서도 직전 저항 상태를 기억할 수 있는 비휘발성 특성을 갖고 있다.
낸드플래시의 일반적인 읽기와 쓰기 속도보다 100배 이상 빠르고 내구성은 1000배 이상 좋으며 D램과 같이 낮은 전압에서도 작동할 수 있다. 이는 DVD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DVD는 빛을 쬐어주면 결정이 됐다가 비결정이 됐다 하는 물질을 사용해 정보를 기록하고 읽어낸다. P램은 DVD 이치를 응용했을 뿐만 아니라 쓰는 물질도 같다. DVD는 빛을 이용해 물질 구조를 결정에서 비결정으로 바꿔주는 반면에 P램은 전기를 이용한다는 점이 다르다. 전기를 쓰는 것은 훨씬 미세한 메모리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빛을 사용하면 DVD급 집적도밖에 얻을 수 없다.
P램은 차세대 메모리 중 개발이 가장 많이 진척된 제품이다. 삼성전자가 지난 2010년 4월 512Mb P램 양산에 성공했을 정도다. 일부 휴대 단말기에 쓰이고 있다. 전력 소모는 적지만 아직 속도는 D램에 비해 크게 떨어진다. 구조가 단순해 생산비용을 줄일 수 있으며 대용량 제품 개발이 가능해 D램, 낸드플래시와 함께 새로운 시장을 만들 솔루션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D램과 SSD 등을 포함한 전체 서버용 메모리 시장은 올해 80억달러에서 오는 2016년 160억달러 규모로 확대될 예정이다. 이 중 SCM용 P램 시장은 같은 해 14억달러 수준에서 지속 성장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M램은 `터널링 자기 저항` 현상을 활용해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로 가장 먼저 주목받은 차세대 솔루션이다.
미국 IBM은 1970년대 M램을 개발하기 시작했으나 기술적 한계에 부딪혀 포기하기도 했다. 이후 1990년대 들어 터널링 자기 저항을 이용해 개발이 가능해지면서 다시 개발 경쟁이 치열해졌다. M램은 아직 성능 면에서 D램을 따라오지 못하고 있지만 기술 발전 속도를 볼 때 3~5년 후면 상용화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전력소모가 아주 적고 속도는 D램보다 훨씬 빠르기 때문이다. M램 분야에서 SK하이닉스는 일본 도시바와 손잡고 삼성전자와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M램은 인피니언과 IBM이 16Mb 제품을 공동 발표했고 도시바는 지난 2008년 일본 산업기술 종합연구소 등과 함께 1기가비트(Gb) M램 칩 상용화 가능성을 제시한 바 있다.
현재 업체들은 M램에서 한층 발전된 `STT-M램`을 개발 중이다. STT-M램은 자성체에 전류를 가해 생긴 전자회전을 이용해 저항값 크기에 따라 데이터를 기록·보존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STT-M램은 정부의 차세대 테라비트(Tb)급 비휘발성 메모리 개발 사업의 하나로 삼성전자와 하이닉스가 지난 2008년 공동 개발에 합의한 바 있다.
R램은 산화물에 가하는 전압에 의해 전류가 흐르는 통로가 생성되고 소멸하는 과정에서 재료의 저항 변화를 이용해 저저항은 1, 고저항은 0 등으로 정보를 저장하는 메모리다. 삼성전자는 R램 분야에서 산화탄탈륨 층을 산소 함량이 다른 2개 층으로 나눈 뒤 필라멘트를 한 층에만 분포하게 만드는 기술을 개발, 쓰고 지우는 동작을 플래시 메모리의 100만배에 달하는 1조번을 반복할 수 있을 만큼 내구성을 확보했다. 또 트랜지스터와 레지스터 각 1개로 구성됐던 기존 R램과 달리 트랜지스터를 없애 메모리 용량을 늘렸다. 이 연구 결과는 세계적인 학술지 `네이처 머티어리얼스` 인터넷판에 게재된 바 있다.
F램은 기본적으로 D램과 유사하다. D램에서 언급한 충전지에 `강유전체(ferroelectric)`라 불리는 물질을 쓴다는 게 차이점이다. 강유전체를 쓰면 잘 방전이 되지 않는다. D램처럼 계속 충전을 하기 위해 전력을 공급해주지 않아도 돼 전기 소모는 적다. 하지만 기본 작동 방식이 같아서 속도는 D램과 비슷하다.
정미나기자 min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