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0억원대 디지털방송콘텐츠지원센터(이하 디콘센터) 방송 인프라 구축 사업을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는 가운데 사업주관기관인 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KCA)이 감독기관인 방송통신위원회와 합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외부자문 기관을 선정하고 장비 변경 결정을 추진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7일 복수의 관계자는 “양유석 KCA 원장이 입찰을 통해 자문 용역업체를 지정하라는 방통위 방침을 무시하고 독단적으로 한주KTC라는 자문기관을 선정했다”고 주장했다. 한주KTC는 지난 2월 2000만원에 KCA와 수의계약을 맺고 2개월간 디콘센터 방송 인프라 자문을 진행했다. 국가계약법상 3000만원 이하 계약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
한 관계자는 “국가계약법상 디콘센터 방송 인프라 구축 사업은 물자구매 사업으로 별도 감리를 둬야 한다는 근거가 없고 사업 추진단이 감리 역할까지 맡기로 했음에도 불구하고 전파진흥원이 임의로 방송분야 감리업체도 아닌 업체와 사실상의 감리계약을 체결했다”며 “예산비목을 부당하게 전용해 자격과 실적도 검증되지 않은 중소업체를 끌어들였다”고 지적했다.
한주KTC는 주로 공연장 건설 등의 감리를 맡아온 업체로 건축감리자격증을 보유하고 있는 자본금 2억원 규모의 회사다. 한주KTC 자문단장은 자문계약이 끝난 후 특정 장비공급업체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져 자문의 객관성에도 논란이 일고 있다.
KCA는 또 양유석 원장의 지시로 13일 이내 우선협상대상자와 계약을 체결해야 하는 조달청 규정을 어기고 3차에 걸친 재협상을 강행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방통위 감사실은 이에 대해 “조정이 불가한 제안가 분석과 협상 범위 이외 항목 검토로 전체 사업일정을 지연시킨 것은 부적정하다”는 감사의견을 KCA에 통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통위 관계자는 “계약이 지연되는 사이 입찰에서 진 SK텔레콤이 가처분소송을 제기하는 등 잡음이 일었다”고 말했다.
양유석 KCA 원장은 이에 대해 “기존 계약서 자체가 미흡한 부분 있어 계약을 미루더라도 외부 자문 등을 통해 충분한 검토를 거칠 필요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양 원장은 전자신문과 인터뷰에서 “향후 10년간 1600여개 독립제작사·200여개 중소PP가 쓸 주요 국가 인프라기 때문에 장비 구성에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며 “2~3개월마다 한 번씩 살펴보는 기존 자문단 외 전문적인 기술자로 구성된 자문단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또 “한주KTC는 방통위의 허락을 받고 계약을 했으며, 이 분야에서 전문성을 충분히 인정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비변경과 제안가 관련 재협상 지시에 대해선 “기술 변화가 워낙 빨라 클라우드 시스템을 비롯한 최신 기술 트렌드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했다”며 “정해진 제안가 범위에서 최적의 장비 구성을 고민한 건 국가사업 수행기관장으로서 당연한 일”이라고 말했다.
*디지털방송콘텐츠지원센터 방송인프라 구축 추진 경과
황태호기자 thhwang@etnews.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