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유튜브도 개인 정보보호 나선다

미국 중학생 4명이 스쿨버스 안에서 할머니에게 무례한 욕설을 쉴 새 없이 퍼붓는다. 이들은 스쿨버스 안전요원으로 일하는 할머니에게 `냄새 난다` `뚱뚱하다`며 언어폭력을 이어갔다. 심지어 “당신이 싫어 아들이 자살했다”는 말까지 한다. 일흔에 가까운 할머니는 당황한 채 말을 잃고, 울먹이고 만다.

Photo Image

최근 유튜브에 올라와 충격을 준 동영상 내용이다. 학생들이 할머니를 괴롭히는 장면을 누군가 휴대폰으로 찍어 유튜브에 올렸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동영상 조회 수는 180만건을 웃돌았다. 학생들을 겨냥한 분노의 댓글이 2만개 이상 달렸다.

미국 사회는 충격에 빠졌다. 가해 학생들은 분노한 시민들에게 살해 위협을 받았다. 뉴욕 주 아테제중학교 학생들로 밝혀진 후 집으로 걸려온 전화만 1000통이 넘고, 학생들을 위협하는 문자메시지도 수천 통이 들어왔다. 부모 역시 싸잡아 비난을 당했다.

2005년 우리나라에서 일어난 이른바 `개똥녀 사건`을 연상하게 한다. 학생이 잘못을 저지른 것은 명백하지만, 과연 개인 신상까지 인터넷에 공개돼 대중의 무분별한 공격과 위협에 노출되게 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지적이다.

유튜브는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기술과 도구를 제공하는 한편, 시민 저널리즘 등 인터넷 동영상의 순기능을 살리는 노력을 지속할 계획이다. 우리나라에서 개똥녀 사건을 계기로 인터넷 익명성에 대한 비판과 함께 실명제 도입이 힘을 얻었던 것과 대조된다.

시바 라자라만 유튜브 제품 관리 총괄

“이번 (할머니) 사건은 매우 흥미롭다. 할머니에 대한 도움을 끌어내는 한편, 시민 저널리즘의 역할도 수행했다.”

시바 라자라만 유튜브 제품 관리 총괄은 개인 정보보호를 위한 기술적 노력과 함께 인터넷 서비스의 긍정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개인정보보호 문제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며 “동영상에서 신분 노출을 원하지 않는 사람의 얼굴을 흐리게 처리하는 기능을 곧 적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유튜브 동영상에서 노출된 신원을 삭제하고, 문제가 된 영상을 제거할 수도 있다.

유튜브가 1분에 72시간 분량의 동영상이 올라오는 세계 최대 동영상 서비스로 성장했다. 스마트폰 등 모바일 동영상 이용이 늘면서 이런 사건이 터질 가능성은 더 커졌다는 인식에 따른 조치다.

동영상의 힘을 잘 활용하는 방안도 고민한다. 라자라만 총괄은 “어떤 동영상이건 인터넷을 통해 세계에 보여질 수 있는 세상”이라며 “시민 저널리즘의 확장 계기가 된 한편, 영상 공개를 계기로 할머니를 위해 40만달러의 모금이 이뤄졌다”고 말했다. 시민 저널리즘을 위한 도구를 제공하는 노력도 지속한다는 설명이다.


샌프란시스코(미국)=한세희기자 hahn@etnews.com


브랜드 뉴스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