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를 대체한다?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시장 열린다

무거운 네트워크 장비가 꽉 들어찬 넓은 데이터센터를 서버 한 대로 대체할 수 있다면 어떨까. 이 꿈을 실현시켜줄 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크(SDN)시장이 열렸다. SDN은 네트워크 장비, 즉 하드웨어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구현할 수 있는 일종의 가상화 기술이다. 기존 사업자들과 스타트업 등이 경쟁하며 선점에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7일 지난 10년간 네트워크 장비 업계의 가장 큰 움직임인 SDN시장이 태동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SDN산업이 올해 5000만달러 규모에서 2016년 20억달러로 40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SDN은 기존 네트워크 장비보다 빠르게 구축할 수 있고 가격도 저렴한데다 효과적으로 구동할 수 있어 장점이 많다고 WSJ는 전했다.

SDN은 산업적으로 큰 의미가 있다. 네트워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고가의 장비를 구매하지 않아도 SDN 소프트웨어로 유사 기능을 사용하면 된다. 시스코 전 임원인 마이크 볼피는 “네트워크 제조업체마다 플랫폼이 달라 라우터나 스위치 등을 따로 구매하면 기능이 떨어져 고객들은 일괄 구매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거대 사업자가 독식했던 네트워크 장비시장에 획기적인 변화의 바람이 불 것”이라고 설명했다.

SDN이 대세가 되면 시스코 같은 네트워크 장비 사업자는 `밥줄`이 위태로울 수 있는 상황이다. 시스코는 이에 직접 나서지 않고 인시에메(insieme)라는 SDN 스타트업에 1억달러를 투자했다. 주니퍼네트웍스는 연내 SDN 제품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 회사 프라딥 신두 최고기술경영자(CTO)는 “우리는 SDN을 매우 강력한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스타트업 기업 랙스페이스 호스팅은 지난 2년간 스탠퍼드 대학과 공동 연구 끝에 SDN 관련 소프트웨어를 내놨다. 4월 출시 후 불과 3개월도 안돼 18만명이 넘는 고객을 유치했다. 이 회사 류 무어맨 회장은 “SDN으로 영업했더니 고객 불만을 바로바로 처리할 수 있었다”며 “물리적인 제약이 없어 일처리가 빠르다”고 말했다. 또 다른 스타트업 샌안토니오 역시 현재 1000명이 넘는 고객이 있으며 7월부터 프로젝트에 들어가 올해 말까지 자사 SDN를 통해 6만명 이상의 트래픽을 커버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선결해야 할 문제도 있다고 말한다. 로힛 메라 IDC 애널리스트는 “소프트웨어처럼 보안에 취약한 기술도 드물다”며 “이를 보증할 수 있어야 산업이 자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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