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에 다닐 때 교훈이 `지성`이었다. 이 한 단어가 내 인생을 바꿨다. 지성은 자유로움 속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함을 뜻한다. 지성 있는 개인이 앞으로 사회에 기여할 수 있다.
나에게 여성으로 강한 자긍심을 심어 준 `지성`은 자율과 책임을 통해 사회를 위한 인격체로 성장시켜주는 밑거름이 됐다. 중·고교 시절은 산업화가 막 시작되던 때였다. 국가 산업발전을 위해 과학기술인이 되기로 결심했다. 여성 사회 참여의 문은 좁았지만 무조건 해내겠다는 의지로 이과대학으로 방향을 정했다. 연세대 수학과에 진학할 당시 컴퓨터가 활발히 도입됐다. 국내 대학에서 점차 컴퓨터 관련 과목을 개설하기 시작했는데 여학생에게 큰 인기를 끌었다.
사회가 점점 과학기술을 원했다. 급속한 산업화 추세에 따라 첨단 과학기술 인력이 국가의 주요 이슈로 등장했다. 대학에서 전공한 순수 수학 지식을 바탕으로 국가경쟁력 기반 구축에 필요한 응용 분야에서도 첨단 지식을 습득하기로 결심했다. 고교시절부터 키워 온 미국 유학의 꿈을 이루고자 노력했다.
먼저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 소재한 텍사스대학교 수학과에서 응용통계학을 공부했다. 응용학문의 기초를 쌓은 후 미국 동부에 위치한 펜실베니아 주립대로 옮겨 산업공학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공부와 연구를 지속하는 동안 지성인으로서 꿈에 조금씩 다가갈 수 있었다.
귀국 후 전력산업 분야에서 6년간 연구경험을 쌓았다. 당시 전력산업은 국가 기간산업이었다. 이후 포스코 싱크탱크 역할을 맡은 포스코경영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철강세계에 발을 담갔다. 기초학문으로 시작했지만 결과는 달랐다. 오늘도 난 수학과에서 쌓은 지식과 산업공학의 융합과학기술 지식을 활용한다. 포스코 경영효율성을 높여 주주와 고객 가치를 포함한 기업 가치를 높이는데 목표를 두고 연구를 수행한다.
연구원 생활을 하는 포스코연구소에서 `산업의 쌀`이라고 불리는 철강을 연구할 것이라곤 전혀 예상치 못했다. 대학 시절은 물론 한때 철강 산업으로 유명했던 미국 펜실베니아주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시절도 마찬가지다. 지금 깨달은 건 앞으로도 내 앞에 어떤 길이 기다리고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지성`으로 시작된 내 소명은 마음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세상이 끊임없이 변하는 이 자리에 선 것처럼, 내일을 향한 도전의 여정을 계속할 것이다.
포스코경영연구소 기술경영시너지반장 정경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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