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에서 기술로, 다시 사람으로. 사람은 꿈꾸고 기술은 이룹니다.”
한 이동통신사의 광고 문구다. 사람(인간)을 중심에 둔 이 광고는 기술이 다시 사람을 통해 더 크고 새로운 가능성으로 발전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과거 소비자는 제품을 구매할 때 기능(기술)을 중시했다. 그러나 개성, 가치 중심의 소비문화가 형성되면서 구매자의 심리를 꿰뚫는 감성(사람)이 기술만큼 구매 결정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기업이 인류를 위한 첨단기술 개발에 집중한다. 그러나 첨단기술을 가지고도 시장에서 실패하는 사례는 많다. 1인용 운송 수단인 `세그웨이`도 그 가운데 하나다. 세그웨이는 애플의 고(故) 스티브 잡스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도 큰 관심을 가지고 투자를 하는 등 많은 주목을 받았다. 스스로 균형을 잡는 지능적인 메커니즘과 몸을 기울이기만 하면 자동으로 나가고 방향이 전환되는 혁신적인 기술 덕분이었다. 하지만 차도에서는 너무 느리고 인도에서는 너무 빠른 세그웨이는 소비자에게 외면당했다.
이와는 반대되는 성공사례도 있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후발 주자인 후지필름은 디지털카메라 신기술 개발이 아닌 소비자를 연구함으로써 성공 브랜드를 만들었다. 즉석카메라의 대명사인 폴라로이드가 파산하자 보다 콤팩트한 스타일로 재창조해 20·30대 여성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은 것이 비결이다. 젊은 소비자가 즐겨 찾는 미니 홈피를 위한 즉석카메라, 셀프 카메라족을 위한 거울이 달린 미키마우스 모양의 접사렌즈는 디지털 문화 속에서 추억의 아날로그 공감대를 창출했다.
수많은 연구 개발자가 지나친 기술 중심 사고로 시장이나 소비자와는 무관한 기술을 맹목적으로 개발하는 함정에 빠지기가 쉽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한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만인이 원하고 누릴 수 있는 기술을 먼저 고민하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정부는 사람 중심의 따뜻하고 창조적인 기술 개발을 위한 `R&D 36.5℃` 전략을 지난해 발표하면서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소외계층에게 필요한 맞춤형 기술과 제품을 보급하는 국민편익증진 기술개발사업(Quality of Life Tech)을 추진하고 있다.
그 결과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KEIT)이 지원하는 국민편익증진 기술개발사업으로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특수차량, 장애인 맞춤형 휴먼 인터페이스 등 다양한 기술, 제품이 대기업, 중소기업, 대학의 협업 속에서 속속 개발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활용해 공론의 장을 마련하는 등 소통하는 연구개발(R&D)을 제도화하고 있다. 과거에는 `R&D`나 `첨단기술`이 말 자체가 어렵고 딱딱해 일반인의 삶과는 동떨어진 얘기와 다름없었다. 그러나 이제는 누구나 SNS로 기술을 제안할 수 있고 R&D 과제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2012 대한민국 산업기술 R&D 전시회`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다. 정부 R&D 예산 지원으로 개발한 첨단기술·제품이 대거 선보이는 이번 전시회에서는 사람 중심의 창조적인 R&D 성과물과 첨단기술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다. 특히 장애인의 접근권을 높이는 따뜻한 기술은 물론이고 우리의 일상을 따뜻하게 해주는 감성 기술도 체험할 수 있다. `함께하는 R&D, 더 따뜻한 세상`이라는 슬로건처럼 온 국민이 함께 참여해 우리나라 R&D의 변화를 공유하고 그 성과를 체험하는 축제의 장이 되기를 바란다.
이기섭 한국산업기술평가관리원장 kslee@keit.re.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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