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이 미래다]<1부>멘토가 필요하다 (10) 송종호 중소기업청장

세계적으로 우리만큼 창업하기 좋은 나라는 많지 않다. 국가가 정책적으로 창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해 놓았기 때문이다. 아이템 컨설팅에서 자금·마케팅· 마켓까지 종합 서비스를 지원받을 수 있는 체계가 완벽할 만큼 잘 갖춰져 있다. 예비 창업자가 손을 내밀면 언제든 잡아줄 수 있는 창업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 정부는 3~4년간 여러 창업 정책 중에서도 청년 창업 활성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청년 실업이 수년째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자 `창업`이라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앱 창작터를 기반으로 1인 창조기업을 육성하고, 젊은 층을 대상으로 기업가정신 확산에 나섰다. 청년창업사관학교는 이제 국내 대표적인 청년CEO 양성소로 자리잡았다. 국내 스타트업 정책의 총 사령탑인 송종호 중소기업청장을 허운나 스타트업 포럼 이사장이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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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운나 스타트업ㅍ럼 이사장과 송종호 중기청장이 정부의 스타트업 정책과 대학생들의 스타트업 열풍을 주제로 이야기 나누고 있다.

- 허운나 스타트업포럼 이사장=수년 째 우리나라는 고용 없는 성장이 지속되고 있다. 이 때문에 일자리 창출이 시급한 사회적 이슈로 떠올랐다. 중기청은 올해 최우선 정책 중 하나로 청년 창업 활성화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나서고 있다. 일자리 창출과 청년 창업간 상관 관계는 무엇인가.

▲송종호 중기청장=새로운 일자리가 투자를 통해서 만들어지 않는다고 가정해보자. 그럴때 일자리는 마치 `풍선 효과`와 같은 것이다. 가령 아버지 일자리를 아들이 대체하는 효과 밖에 되지 않는다. 일자리가 창출되기 위해서는 결과적으로 투자를 하든지 창업을 하든지 두 가지 밖에 없다. 과거에 보면 창업에 의한 일자리가 훨씬 효과가 컸다. 현재 청년 실업률이 8.3%인데 비해 10여년 전 벤처붐이 한창일 때 실업률은 6.6% 밖에 되지 않았다. 이런 갭을 메워주는 것이 청년 창업이다. 청년 창업을 지원하는 이유는 일자리 뿐 아니라 산업 생태계를 유지해 주고 발전시켜주는 효과가 있다.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해결하려면 청년 창업이 많이 이뤄져야한다. 청년 창업 활성화 정책을 내놓은 것도 두 마리 토끼를 ?기 위한 것이다.

-허운나=현 정부가 출범하면서 중기청은 줄곧 창업 정책을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3~4년간 주요 성과와 보완해야 할 점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송종호=현 정부 들어서 창업 대책이 올해까지 총 8차례 발표됐다. 성과 측면에서 본다면 정부 정책이 창업 활성화에 큰 역할을 했다. 2008년에 비해 법인 수가 월 300개씩 늘어나고 있다. 창업이 23%씩 늘어나면서 창업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다. 보완해야 할 점은 2가지로 축약할 수 있다. 예비창업자 경험 부족과 실패 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 것인가다. 가령 제조업 같은 경우는 창업하기 위해 온갖 과정을 거쳐야 한다. 창업 아이디어뿐만 아니라 제조 과정에서 발생하는 금형을 어디서 어떻게 떠야 하는지 등을 몰라서 물어오는 사람이 많다. 진입하는데 법적 장애가 아니라 시장에서 애로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또 창업했다 실패할 때 창업자는 영원한 신용불량자로 낙인찍히는데, 이것은 법적·제도적 문제 때문이라고 본다. 이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고민 중이다.

2000년 대 초반 IT 기반의 창업이 활발했을 때는 제조업 창업이 많지 않아서 이런 문제가 덜 했다. 우리나라 창업 지원 정책은 세계 어느 나라에 내놔도 부족하지 않은 시스템을 갖고 있다. 전국 260개 창업보육센터 보육시스템과 멘토링 시스템, 창업 자금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제조업 쪽에서 상품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 것인지 방법이나 절차를 잘 모른다는 것이다.

-허운나=창업은 예나 지금이나 쉽지 않은 도전이다. 특히 사회 경험이 적은 청년들은 창업하는데 더 많은 어려움에 직면한다. 정부는 이들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

▲송종호=최근 시범 사업으로 경기지방중기청에 시제품 제작터를 만들었다. 이것도 부족해서 다양한 방법을 찾고 있다. 앞으로 시제품 제작터를 광주· 대구· 부산 등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개인적으로는 청년창업사관학교 같은 모델을 대학에도 집어넣고 싶다. 보육센터는 사실 공간만 주는 형태다. 마치 한류 K팝 상품을 만들 듯이 창업도 상품으로 만들어야 한다.

창업자들은 결과적으로 융자금 때문에 신용 불량자로 전략하는 경우가 많다. 창업 자금만 지원받는다면 그런 일은 없다. 융자금은 우리나라 전체 중소기업 대출금(450조원)의 1%밖에 안 된다. 이런 폐해 때문에 최근 제도를 고쳐 연대 보증을 서지 않도록 했다. 청년 창업 자금에 대해서는 성실하게 일했을 경우 채무를 감산해주도록 했다. 두 번째는 `부종성의 원칙`이 있다. 현재 상태로는 회사 채무를 조정하더라도 연대 보증 채무는 조정이 안 된다. 주 채무가 조정되면 종 채무도 조정한다는 내용의 부종정 원칙을 적용하기 위해 법안을 상정한 상태다.

-허운나=일각에서는 정부의 강력한 청년 창업 정책이 오히려 리스크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책 취지는 좋지만 창업이 실패하면 청년들이 자칫 신용불량자로 몰릴 수도 있는 상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창업 유도 정책에 따른 문제점은 없는지, 대책 방안이 있다면 무엇인지 말해달라.

▲송종호=세 가지 문제가 있었다. 우선 과거에 정부가 과다하게 개입했었다. 정부가 심판 역할만 해야 하는데 선수 역할까지 하다보니 민간 영역을 정부가 구축한 효과가 있었다. 두 번째는 준비되지 않은 창업이 많았다. 무분별한 투자도 문제였다. 벤처캐피털이 민간 영역인데, 묻지마 투자가 성행했다. 앞으로 반성하고 과거 거울 삼아 정부가 역할을 정립하도록 하겠다. 심판 역할만 하겠다. 현재는 그렇게 하고 있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기업도 사고 팔수 있다는 의식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회적으로 그런 분위기가 아직 용인되지 않은 것 같다. M&A가 활성화돼야만 민간 중심의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을 것이다.

-허운나=스타트업에 기업가 정신이 강조된다. 정책 전문가로서 바라보는 기업가 정신의 중요성은 무엇인가.

▲송종호=일각에서 기업가 정신을 도전 정신으로만 표현하는 경우 많다. 그런데 그렇게만 본다면 기업가와 탐험가를 구분할 수 없게 된다. 기업가와 탐험가의 공통점은 도전과 끈기, 준비가 요구된다는 것이다. 이 둘이 다른 점은 가치 창출이다. 속된 말로 돈이다. 탐험가는 돈을 벌어야 하는 사람이 아니다. 구별될 수밖에 없다.

도전과 끈기는 교양 과목 같은 것이다. 안 그러면 탐험가와 구분되지 않는다. 가치 창출은 우리나라 국민소득이 현 2만달러 수준에서 3만달러로 갈 수 있는 동기가 될 것이다. 무모하게 도전으로 끝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창업은 경험에서 나오는 것이지 모험에서 나오는 것 아니다.

세계적 기업가인 잡스나 저커버그 등이 하루아침에 돈을 번 것으로 착각하는 사람이 많다. 그렇지 않다. 이들은 벌써 10년 이상의 준비를 했고, 이후에 성과를 봤다. 착각하면 안 된다.

-허운나=스타트업 기업에 자본은 상당히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재원을 쥐고 있는 벤처캐피털 업계의 스타트업 투자는 여전히 인색하다. 스타트업 투자 선순환 생태계 조성을 위해 정부는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가.

▲송종호=창업한 지 2년 이하 기업을 스타트업으로 본다. 우리나라는 전체 투자금액의 20~30% 정도를 투자하는데 이는 미국과 비슷하다. 하지만 규모면에서 큰 차이가 있다. 미국이 우리나라보다 무려 33배가 많다. 우리나라는 창업해서 코스닥 상장까지 보통 10여년 이상 걸린다. 기업간 인수합병(M&A)이 안 되다보니 더더욱 힘들다. 캐피털 측에 본연의 역할에 충실해 달라 주문한다. 과거 캐피털 태생은 금융계에서 시작됐지만, 최근에는 성공한 벤처 쪽에서 나오고 있다. 황철주 주성엔지니어링 사장, 김범수 카카오톡 사장, 진대제 스카이 사장 등이 모두 기업가 출신이다. 기업이 캐피털 역할 하게 되니까 창업 초기 투자 생태계 만드는데 도움이 된다.

미국 엔젤이 왜 활성화됐느냐 이유를 살펴보면 일찌감치 벤처기업, 캐피털에 성공한 사람들이 한 세대가 돌아 선순환적으로 재투자가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벤처 캐피털 돈은 연예인이나 체육계 스타한테서 나온다. 돈을 관리하기 위해 펀드 매니저가 캐피털로 들어온다. 우리나라 역시 최근 들어 성공한 사람들이 한 세대가 돌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그들에게서 나온 돈이 부동산으로 돌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제부터 미국과 같은 사례를 우리가 만들 필요가 있다.

-허운나=최근 대덕연구단지에 오픈한 연구원 창업지원센터가 주목받고 있다. 역할은 무엇이고, 어떤 의미가 있는가.

▲송종호=연구원들이 창업에 뛰어들면 성공할 가능성이 제일 높다. 창업 초기에 가능하면 CTO를 하고 코스닥 상장 전에 M&A를 추진한다면 성공할 가능성이 제일 높다고 본다. 외국에서는 상장하기 전에 M&A 하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 창업하고, 팔고, 또 다시 창업하는 모습을 보기 어렵지 않다. 우리나라는 연구원이 안정성 있는 직업이다 보니 외국과는 좀 다른 것 같다.

-허운나=실리콘밸리는 세계적으로 벤처 생태계가 잘 발달된 지역이다. 우리나라 벤처 생태계와 비교할 때 경쟁력이 무엇이라고 보는가.

▲송종호=실리콘밸리는 투자를 회수할 때 M&A와 IPO에서 환급하는 비율이 93 대 7이다.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미국은 근본적으로 틀린 것이 시장이다. 미국에서 성공하면 세계 최고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성공하더라도 우리나라일 뿐이다. 기업인들에게 글로벌을 쳐다보고 시작하라 해도 잘 안 된다. 시작부터가 틀리다.

부러운 것이 하나 있는데 유대인 네트워크다. 창업 초기부터 국제를 타깃으로 시작하기 때문에 수준 자체가 틀리다. 캐나다는 시장이 좋다. 미국이라는 시장이 바로 옆에 있어서 입지 조건이 좋다. 우리나라의 벤처 생태계 수준은 미국, 이스라엘, 캐나다 다음 정도라고 본다. 창업 열기가 살아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크게 부족하다.

-허운나=마지막으로 예비 창업자에게 한 마디 해달라.

▲송종호=창업하는데는 100가지 어려움을 겪어야 한다. 출산과 비슷하다. 예비 창업자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다. 정신적인 장애를 없애줬으면 좋겠다. 성공한 사람들을 보면 화려한 경력만 비춰진다. 백그라운드는 보이지 않는다. 실제 앤드류가 억만장자가 됐을 때 그 사람에 대한 백그라운드는 신문에 잘 보도되지 않는다. 이는 우리나라 창업자에게 정신적인 장애를 줄 수 있다. 창업을 마치 똑똑한 사람의 영역으로만 생각한다. 환상을 없애야 한다.


대전=신선미기자 smshin@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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