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 발열, 나노기술로 10℃ 낮춘 비결은?

무어의 법칙(Moore`s law)은 반도체 집적회로 성능이 18개월마다 2배씩 늘어난다는 법칙이다. 인텔 공동 설립자인 고든 무어가 지난 1965년 발표한 이래 무어의 법칙은 반도체 발전을 상징해왔다.

전자부품에 관심이 많다면 또 다른 법칙도 기억해둘 필요가 있다. 스웨덴 과학자 스반테 아레니우스가 발표한 아레니우스 법칙(Arrhenius law)이 그것이다. 아레니우스 법칙이란 부품 노화 주요인이 온도인 경우 사용 환경 온도가 10℃ 내려갈 때마다 수명은 2배 연장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105℃ 온도에서 2,000시간 가는 AI 콘덴서가 있다면 95℃ 상태에선 4,000시간, 75℃에선 1만 6,000시간 수명이 늘어난다.

무어의 법칙이 전자부품의 집적도에 초점을 맞췄다면 아레니우스 법칙은 집적도가 늘어날 때마다 발열과의 전쟁을 벌여야 하는 전자부품에서 온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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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든 무어(사진 왼쪽)와 스반테 아레니우스. 아레니우스는 전자부품의 사용 환경 온도가 10℃ 내려갈 때마다 수명이 2배 늘어난다는 아레니우스 법칙을 내놨다.

◇ 도료만 뿌려도 온도 28%나 떨어뜨려=전자 기기나 기계 장치에서 발열은 수명을 좌우할 만큼 중요한 요소다. 부품 온도를 내리려면 3가지 방법을 쓴다. 열 전도나 방사(복사), 대류가 그것이다. 이 가운데 열을 효과적으로 내리는 수단은 전도와 방사다. 보통 가전 제품 같은 곳에서 이런 전도와 방사 역할을 해주는 게 열 방사 시트나 도료다. 열 방사 시트나 도료를 발열 부위에 뿌리거나 붙이면 흡열과 방열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시트나 도료를 뿌려봐야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 싶겠지만 냄비에 열 방사 도료를 뿌린 테스트 결과를 보면 효율은 충분하다. 도료를 뿌리지 않으면 물을 끓이는데 26분 걸렸다면 도료를 뿌리면 19분이면 끓는다. 27% 효율이 더 높아진 셈이다. 반대로 끓인 물이 식는 상태는 도료를 바른 냄비가 훨씬 빠르다.

이런 장점 덕에 열 방사 시트나 도료는 이미 스마트폰 배터리나 CPU나 가전 제품 등에서 쓰이고 있다. 분야도 LED 조명기기 케이스 외부에 도료를 발라 열을 방출하거나 TV 백라이트 발열 해소, 차량용 배터리나 모터 등 광범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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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S 기술을 적용한 앤디슨 파일런의 히트싱크. 미세한 나노 요철로 발열을 낮췄다.

◇ 전원공급장치에 도료 코팅했더니 10℃ 뚝=도료나 시트를 붙인 제품과 그렇지 않은 제품 차이는 얼마나 날까. 실제 테스트를 해봤다. 테스트 제품은 지엠코퍼레이션(www.gmc.co.kr)가 내놓은 전원공급장치 앤디슨 파일런. 이 제품은 전원공급장치에선 처음으로 TRS(Thermal Radiation Solution)라는 신소재를 이용한 쿨링 기술을 적용했다. TRS란 히트싱크 위에 열 방사 도료를 코팅 처리해 열을 낮춘 것이다. 미세한 나노 요철 덕에 공기와 접촉 면적을 최대한 늘려 열을 내린 것이다.

실험은 TRS를 적용 여부만 달리한 앤디슨 파일런 600W(모델명 PL-600A) 2종으로 진행했다. 내부 온도 측정을 위해 두 제품 모두 120mm 팬은 없앤 상태에서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해 50W씩만 부하를 줬다.

먼저 TRS 미적용 방열판과 적용 방열판만 떼어내 동시 가열해 열 전도율을 비교해봤다. TRS를 적용한 제품은 최대 63.2℃까지 온도가 빠르게 전도됐지만 TRS를 적용하지 않으면 33℃다. 열 방사도료 코팅 처리를 했냐 안했냐 단순한 차이로 30℃에 이르는 온도 차이를 보인 것.

TRS 적용 모델 온도가 더 높은 이유는 간단하다. TRS 자체는 전도성이 빠른 물체를 쓰고 나노 구조로 표면적을 넓혀서 쉽고 빠르게 방열을 해준다. 실제 열이 많이 나는 PCB나 주요 부품 온도를 빼앗는 것. TRS를 적용한 방열판이 주요 부품의 열을 빼앗아와 결국 실제 열원의 온도를 낮춰주는 효과를 낸다. 쉽게 말해 사진을 보면 TRS 방열판 온도가 높을수록 더 좋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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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S 적용 후(왼쪽)와 TRS 적용 전(오른쪽). 똑같은 방열판이라도 30℃나 온도 차이를 보인다. 열 전도가 빠르게 이뤄지는 것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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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품 온도 테스트 결과. 노란색이 밝을수록 뜨겁다고 보면 된다. TRS를 적용하면 실제 PCB와 열원 부위 온도가 현저하게 떨어지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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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RS를 적용하면 주위 부품 온도도 낮아진다. 부품 중 하나인 트랜스포머 온도를 측정해보면 TRS 적용 제품이 3도 가량 낮은 온도를 나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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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력단 코일부 온도도 TRS 적용 제품이 2도 가량 낮은 온도를 보인다. TRS를 적용하면 주위 부품의 온도가 떨어지는 걸 확인할 수 있다.

다시 측정 결과를 보면 TRS를 적용한 부품 온도 측정 결과도 마찬가지. 실제 부품 위에 방열판을 놓고 측정해보면 TRS 적용 모델은 44.4℃, TRS 미적용 모델은 32.4℃다. 12℃ 가량 온도 차이를 보인다. 옆에 위치한 부품(트랜스포머) 온도를 재봐도 TRS를 적용하면 48.5℃지만 미적용은 45.2℃다. 출력단 코일부 역시 TRS 적용 58.8℃, 미적용 56.2℃다. 마찬가지로 캐패시터는 TRS 미적용은 59.1℃, 적용하면 62.6℃다. 결과를 보면 TRS 처리를 한 방열판 덕에 전원공급장치를 구성한 부품 전반적인 온도가 떨어졌다는 걸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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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앤디슨 파일런 전원공급장치. 전원공급장치도 500W 이상 정격 출력을 넘어서면서 발열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 제품은 TRS 나노 소재를 써서 방열 효과를 높였다.

◇ 발열 잡은 제품이 안정성 보장한다=PL-600A가 채택한 TRS 기술은 국내에서도 특허를 출원한 상태다. TRS 기술을 이용한 소재는 이미 LED 램프나 디지털 TV, 태양전지, 자동차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게 쓰이고 있다. 하지만 PC 전원공급장치에 이런 기술을 쓴 건 이 제품이 처음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전원공급장치는 이미 정격 출력 600W 이상을 넘어섰다. 출력이 높아진 만큼 안정성을 유지하려면 발열 처리가 가장 큰 숙제가 되어 버린 것.

지엠코퍼레이션 권민철 이사는 "전원공급장치 내부 쿨링 성능을 높여 내부 온도를 낮추면 안정성이 높아지는 건 물론 부품 수명까지 길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업계에선 PC 부품도 이젠 성능 뿐 아니라 발열을 누를 수 있는 소재에 대한 관심이 부쩍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결국 발열을 낮추는 게 성능을 높일 기반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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