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놈과 가오리방쯔
함께 격분하지 않는다면 매국노 취급을 당할지도 모르겠다. 최근 중국과 대만 등지에서 벌어진 우리 기업과 우리 국민을 향한 공격 얘기다.
압권은 단연 한국인을 `뒤통수치는 가오리방쯔(한국 사람을 낮춰 부르는 중국 비속어)`라고 표현한 궈타이밍 대만 폭스콘 회장 발언이다. 모회사인 혼하이그룹이 일본 샤프의 지분을 사들여 몸을 섞고 향후 협력 방향을 소개하는 과정에서 튀어나온 말이다. 한마디로 일본인은 존경스럽고 한국인은 비열하다는 얘기였다.
실수였을까. “샤프가 삼성전자보다 우수하다” “애플과 손잡고 삼성을 부끄럽게 만들겠다” 등 이 회사 경영진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내놓은 언급을 보면 그럴 가능성은 적다. 협력사에 충성심이 제아무리 높더라도 경쟁사를 공개석상에서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 것은 글로벌 비즈니스 관례를 크게 벗어났다.
공분을 산 사례가 또 있다. 한 중소기업은 중국 칭다오에서 스포츠용품 공장을 운영한다. 지방정부의 임대료 인상을 거부했다가 현지 주민들까지 들고 일어났고 공장을 봉쇄당했다. 톈진에선 근무태도가 불량한 중국인 직원을 인사 조치했다가 한국인 상사가 폭행을 당한 사건도 벌어졌다. 다행히 중국인 소행으로 밝혀지자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지만, 청두 KFC 여성고객 폭행 동영상 가해자가 한국 남성이었다는 오해는 한동안 양국 네티즌 간 뜨거운 논쟁거리가 됐다.
한국과 중국이 정식 수교를 맺은 지 올해로 20년이다. 정부와 공공기관, 기업 등 여러 주체가 이를 기념하기 위해 요란스러운 행사를 앞다퉈 벌인다. 정작 양국 국민은 큰 관심이 없는 듯하다. 여전히 상대를 잘 모르겠다, 현지 진출 실패 사례가 쌓여가면서 되레 불신의 벽만 높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대만과도 마찬가지다. 단교 이후 반한(反韓) 감정을 높여왔던 대만인들에게 민간 교류 등 다른 영역에서라도 상처를 어루만져줄 기회가 많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20년이 지난 지금 비즈니스 현장에서 `배신자`라는 말이 불쑥불쑥 튀어나오니 말이다.
얼마 전 우리나라 기업과 협력 논의 차 방한한 중국 기업 경영진과 간담회를 가진 적이 있다. 참석한 한 중국 임원이 협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확산하는 방법으로 “양국 국민 간 결혼을 장려하자”고 말해 좌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서로 이해도와 경험치가 너무 낮다는 지적이었다.
40년간 중국을 오가며 만난 수백 명의 증언과 모은 사료로 `중국인 이야기(한길사)`라는 저서를 출간한 김명호 성공회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우리는 중국인들을 `되놈`이라고 폄훼하고 견제해야 할 대상으로만 본다. 반대로 중국인들은 `한국인들은 속을 알 수 없다`며 늘 답답해 한다. 함께 논 시간이 너무 없는 것 아닐까.”
정지연 국제부장 jyj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