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40분… 정전대비 위기대응 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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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초의 정전대비 훈련이 진행됐다. 21일 진행된 정전훈련은 군사작전을 방불케 했다. 전력수급 준비 단계부터 관심·주의·경계·심각까지 모든 비상단계가 발동한 이날 훈련은 산불로 인한 전력계통 손상, 양수발전소 수위하락, 대용량 석탄화력 불시 정지 등 최악의 상황을 가정해 대응방안을 점검했다. 훈련 20분만에 500만㎾의 전력을 절감하는 효과를 거뒀다. 원자력발전 5기에 해당하는 수치다.

정전대비 공식 훈련은 오후 2시부터 시작이지만 전력거래소는 훈련 20분정부터 상황 전개에 돌입했다.

13시 40분 전력거래소 비상상황실 모니터에 전력예비력이 450만㎾를 가리키면서 훈련의 시작을 알렸다. 이내 전력수급 준비단계가 발령됐고 비상상황실 직원들은 SMS·음성·팩스 등 가용한 수단을 모두 동원해 상황을 전력그룹사와 주무부처에 통보했다.

10분 뒤 전력예비력이 계속 떨어지면서 관심단계가 발령됐다. 지난 7일 전력예비력이 350만㎾ 이하로 떨어져 발령한 경보와 같은 수준이다. 모든 발전기에는 점검·작업 등 가동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모든 행동에 중지 명령이 떨어졌다.

곧 이어 예비력이 235만㎾까지 떨어지면서 주의단계가 발령됐다. 이때부터는 상황전파 범위도 각 정부부처와 지자체까지 확대됐다. 배전용변압기 2단계 탭조정에 들어갔고 각 발전소는 불필요한 설비 가동을 줄여 전력사용을 최소화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14시 전력예비력이 140만㎾를 기록하면서 민방위 사이렌이 울렸고 수급위기를 알리는 TV실황중계와 라디오 방송이 이어졌다. 한국전력은 긴급자율절전 시행을 하고 담당직원을 현장에 파견해 약정고객들이 절전에 참여하도록 독려했다. 주요 석탄화력발전소는 최대출력 발전을 시행했다.

14시 10분을 기점으로 전력수급위기는 정점에 달했다. 계속된 가뭄으로 인한 양수발전 수위하락과 함께 수도권 전력공급력인 영흥화력이 불시정지하고 용두산 화재로 계통설비가 고장나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전력예비력은 60만㎾까지 떨어졌다. 대정전이 예상되는 순간, 발전소와 전력계통 등 전력인프라 부분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조치가 이미 취해진 상황에서 긴급부하조정(단전조치)이 시행됐다.

정전대응 훈련에 동참한 서울성모병원은 심각단계 발령과 함께 정전상황 비상벨과 경보를 작동하고 비상발전기 수동운전을 실시했다. 건물별 무정전전원공급장치의 작동여부를 확인하고 환자들에게 병동 자율적 소등을 권유했다. 이밖에도 산업체 생산현장과 사무실, 호텔 등 대형 시설물, 공공기관에서도 절전에 동참했다.

정전대비 훈련 민방위 사이렌이 울린 지 20분만에 석탄화력발전소 10기에 해당하는 500만㎾의 전력을 절감하는 경이적이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훈련은 14시 20분 단전조치와 국민들의 절전 동참으로 전력예비력이 회복하는 상황을 가정해 종료됐다.

이관섭 지식경제부 에너지자원실장은 “바쁜 일상에서도 훈련에 참여해주신 국민들에게 감사를 표한다”며 “동 훈련을 절전문화 확산의 시발점이 될 수 있도록 국민 캠페인으로 지속 전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든 국민들이 전기절약을 생활화하고 일상에서 전력이 낭비되지 않는지를 다시 한 번 점검해 달라”고 당부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