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공정거래위원회는 `현대·삼성 등 대기업 건설사 담합으로 4대강사업 혈세가 1조원 넘게 샜다`고 밝혔다. 어디 그 뿐이겠는가. 건설과 관광산업이 활성화되어 수많은 일자리가 창출된다는 기대효과를 위해 투하된 수십조원은 어디로 갔는가. 이제 더 이상 소수가 부를 나누어 독점하고 지배력으로 시장을 왜곡시키는 경제구조와 국책사업에 혈세가 낭비되어서는 안 된다. 청년에게 양질의 일자리와 먹거리를 만들어주고 소득을 공유하도록 하는 스마트융합 국가비전과 전략도 디지털경제 민주화 기반에서 실행되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통상 디지털경제는 `디지털 기술의 혁신적 발전과 더불어 새롭게 창출되는 디지털 상품과 서비스가 전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는 경제`로서 기존의 모든 경제 활동이 디지털화된 환경에서 이루어지고 영향과 범위가 급속도로 확장되고 있다. 디지털경제를 이끌어가는 주체는 포괄적 의미의 정보통신기술(ICT)산업이다.
그런데 ICT산업을 이끌어가는 대다수 대기업은 중소벤처의 인력과 기술 빼가기, 하도급기업 수탈하기 등 비민주적 행위를 일삼아 왔다. 그 결과 IT 대기업의 매출과 수익은 기하급수적으로 신장해갔지만 대부분 IT 전문기업은 근근이 연명하거나 버티다가 도산하는 예가 수없이 많았다. 디지털경제계에는 경제민주화 개념이 없었던 것이다.
디지털경제 민주화란 정보통신산업 내 주체의 경제 민주화를 의미한다. 균형 있는 디지털경제의 성장, 안정과 적정한 소득의 분배를 유지하고 IT시장의 지배와 경제력의 남용을 방지하며, 디지털경제 주체의 조화를 통한 경제의 균형적 성장과 분배를 의미한다.
이를 정리하면 첫째 디지털경제의 균형성장이란 IT와 통신시장의 대기업과 외국계 대기업이 독식하지 않고 시장 생태계가 살아 움직이도록 중소벤처와 더불어 성장하고 발전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들 대기업은 중소벤처기업과 함께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건전한 시장질서 속에서 상생 기반의 동반성장을 성장 근거로 삼아야 한다.
이는 비단 국내기업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다. 외국계 대기업 솔루션이나 제품이 국내시장에서 공급되는 행태에도 그대로 적용된다. 균형성장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기업 집단이 거대한 자본과 경제력을 활용한 불공정 행위와 시장의 불균형과 왜곡을 차단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적정한 소득분배란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가 주어지고 최소한의 복지적 삶을 영위하는 소득 수준이 이루어져야 함을 뜻한다. 여기에는 프로젝트 납기를 맞추기 위한 밤샘 중노동과 과로에서 탈피해 일과 삶이 공존할 수 있도록 하는 근로조건이 포함된다. 가치가 인정되고 자아가 실현될 수 있는 양질의 일자리가 지속적으로 창출되어야 한다.
셋째 경제 주체 간 조화를 통한 경제의 균형적 성장과 분배는 비ICT 분야의 경제주체와 국가의 모든 분야에서 ICT를 적절히 균형적으로 활용해 성장과 복지적 혜택을 고루 나눌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여기에는 여타 산업의 대·중소기업 간 ICT 활용 격차 해소, 디지털기술이 주는 각종 혜택의 계층 격차 해소, 각종 개인정보와 인권 침해 방지, 진실과 민주적 절차에 따른 공정하고 객관적인 방송통신 기능의 작동, ICT 기반의 각종 복지시스템 보급 확산 등이 포함된다.
디지털경제 민주화는 더불어 살아야 하는 경제 주체 모두를 위한 절체절명의 과제다. 그러나 이는 시혜적 혜택이 아니라 이루고자 하는 자들의 투쟁 산물이다. ICT노동자 단결과 12·19 대선에서 디지털경제 민주화를 실현할 후보와 정당에 대한 적극적인 투표행위, 우리 모두에게 디지털경제 민주화의 혜택을 안겨다 줄 것이다.
노규성(부활IT강국운동연합 대표, 선문대 교수) ksnoh@sunmoon.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