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포털 파란이 서비스를 종료한다. 네이버, 다음 등 선두 업체에 밀려 더 이상 성장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포털 시장에서 상위 두 회사 점유율이 95%에 이른다. 세계 검색시장을 주름잡는 구글조차 1%대 점유율로 맥을 못 춘다. 파란은 하이텔을 계승한 국내 통신 서비스의 원조 격이다. 하지만 그게 오히려 독(毒)이 됐다. 하이텔 시절 PC통신 시장 1위에 너무 오랫동안 안주했다. 2004년 한발 늦게 하이텔과 검색 사이트 한미르를 통합하며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다음카페와 지식인(iN) 등 선발 주자의 벽은 예상보다 높았다. 포털 순위에서 계속 하위권을 맴돌다 결국 8년 만에 인터넷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인터넷 시대로 접어들던 2000년대 초, `관문`이란 뜻의 포털(portal)은 갈 곳을 찾아 헤매던 네티즌에게 나침반 구실을 했다. 매달 사용료를 받던 PC통신과 달리 모든 서비스를 공짜로 제공했다. 사람과 기업이 인터넷에 모여들면서 포털은 사이버 세상의 최강자로 자리 잡았다. 광고로 수익을 얻기 시작하자 포털 시장을 둘러싼 경쟁도 치열했다. 네이버와 다음은 물론이고 엠파스, 프리챌 등 다양한 포털 서비스가 각축전을 벌였다. 국내 최초로 홈페이지 기반 인터넷 서비스를 제공한 네띠앙, 검색창을 가로질러 달리던 `검은 개`로 유명한 라이코스 등 포털 시장에서 장렬히 산화한(?) 기업과 서비스가 한둘이 아니다.
전쟁은 끝나지 않았다. 국내 인터넷 포털 시장에 새로운 도전자가 나타났다. 알약, 알집 등으로 유명한 이스트소프트가 개방형 포털 `줌(zum)` 베타테스트에 들어갔다. 신규 토종 포털 서비스가 등장한 것은 무려 7년 만이다. 이스트소프트가 처음 포털 사업 진출을 선언했을 때, 시장은 `웬 포털?`이란 반응이었다. KT, SK 등 대기업도 어려운 상황에서 포털 사업은 뜬금없어 보였다. 상위 3사의 지배력이 절대적인 포털 시장 구도를 바꾸기는 쉽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이스트소프트는 5년 전부터 포털 사업을 준비해왔다. 목표는 야무지고 전략은 단순하다. 3% 점유율을 향해 사용자가 원하는 정보나 사이트로 최대한 빠르고 쉽게 안내하는 `포털`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겠다는 목표다. 언제부터인지 포털은 사용자를 오랫동안 머물게 하려고 콘텐츠를 내부에 쌓기 시작했다. 인터넷 항해를 위한 관문이 아닌 콘텐츠 저장소로 변질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나친 광고와 허위 정보 노출도 네티즌을 짜증나게 만들었다. 그런데도 수년간 새로운 검색 서비스는 등장하지 않았다. 이런 현실을 이스트소프트는 기회로 봤다. 콘텐츠와 사용자를 묶은 `가두리 정책`에 지친 네티즌만 공략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는 계산이다.
포털 줌의 도전은 조그만 변화의 신호탄이다. 진정한 승자를 가리는 싸움은 이제부터다. 네티즌은 더 이상 포털에 정보나 콘텐츠를 쌓지 않는다. 개인 이야기는 페이스북에 올리고 정보는 트위터로 공유한다. 온라인 포털보다는 모바일 카카오톡이 대세다. 수년간 쌓은 포털의 철옹성이 허물어지고 지형도가 바뀌었다. 포털 잔혹사는 지난 10년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진 인터넷 기업과 서비스를 추억하는 옛 노래가 아니다. 지금은 절대적인 권력을 가진 포털의 미래 얘기일 수 있다. `포털 잔혹사`가 10년 후 `소셜 잔혹사`로 바뀔지 모를 일이다. 과거 PC통신 시장 1위 하이텔이 포털 잔혹사의 희생양이 됐듯, 미래 소셜 잔혹사의 첫 번째 주인공은 누구일까.
벤처경제총괄 부국장 sdjoo@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