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IT 분야 국제특허분쟁이 급증하고 있지만 국내 기업의 대책은 미흡한 것으로 분석됐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회장 윤종용) 특허지원센터(i-PAC)에 따르면 국내 중소규모 기업 약 35%가 지재권 관련 인력이 전무했고, 60% 기업은 해외수출시 지재권 관련 조사를 전혀 실시하지 않아 특허분쟁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전자·IT기업 전체의 절반 이상(57.5%)이 해외 수출시 경쟁사 특허 등을 조사하지 않고 분쟁에 대처하지 않는다는 기업도 19%에 달했다. 실제로 우리기업 전체 소송 중 IT 관련 비중은 2004년 58.8%에서 2011년 87.7%로 증가했다.
미국 연방지방법원 전자·IT관련 특허분쟁도 2009년 556건에서 2010년 623건, 2011년 777건으로 증가했다. 또 국내에서 발생하는 해당 분야 국제특허분쟁도 매년 증가 추세다.
스마트폰 등 첨단 분야 특허분쟁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올해 미국 내에서 진행되는 삼성·애플·노키아·LG·ZTE 등 휴대폰 주요 제조사 관련 특허분쟁만 30건에 달한다. 분쟁까지 이르지 않은 사례는 이보다 10배에 달할 것이라는 게 업계 추정이다.
전문가들은 대기업도 문제지만 특허분쟁 대응력이 떨어지는 중소·중견기업 상황을 더 심각하게 보고 있다. 실제로 이들 기업은 분쟁 관련 특허가 많을수록 대응을 포기하거나 곧바로 로열티 협상을 진행해 불필요한 로열티를 지불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분석이다. 특히 건당 평균 소송비용이 200만달러에 달하는 해외 특허분쟁은 더 심하다는 평가다.
이로 인해 한국의 지식재산권 등 라이선스료 국제수지 적자는 2008년 32억7000만달러에서 2010년 58억2000만달러로 급증했다.
하지만 특허분쟁 관련 정부 지원은 국제통상분쟁 발생 가능성 등으로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지식재산권 관련 예산 약 1조2000억원 중 특허분쟁 부분은 50억원 내외에 불과하다.
이에 따라 민간 차원의 다양한 대응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특허지원센터는 한국라이선싱협회(LESK)와 공동으로 20일 전자·IT 기업을 대상으로 `라이선싱 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다양한 라이선싱 현황을 설명하고 효과적인 라이선싱 전략을 통해 관련 비용을 낮출 수 있는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다. 수백명이 몰려 최근 관심도를 반영했다.
한국전자정보통신산업진흥회 특허지원센터 관계자는 “정부차원의 특허분쟁 예방 정책과 함께 전문성을 갖춘 민간차원 시스템 마련이 필요하다”며 “기업들도 기업 내 특허전담부서를 설치, 기술개발 이전부터 선행기술 조사와 동종업계 간 공동대응, 해외 특허분쟁 정보수집 등 적극적인 대응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