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팩(SPAC) 합병이냐 일반 상장이냐 선택을 놓고 기업들의 수읽기가 다시 시작됐다.
어느 쪽이 증시 입성에 효율적인지, 기업가치 평가에는 차이가 없는지 고민이 깊어졌다. 지난해 하나그린스팩과 합병상장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주주총회에서 기관투자자들의 반대로 합병이 무산된 피엔티가 코스닥 공모를 앞두면서 관심이 더 높아졌다. 가뜩이나 한산한 공모주 시장에 어떤 변수가 될지 주목된다.
◇일반 상장때 스팩보다 기업가치 낮아질 수도=어느 쪽이든 관심은 기업가치에 대한 평가에 쏠린다. 기업으로선 유휴 자금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엔티는 스팩보다 공모가가 소폭 낮아졌다. 피엔티 상장공모 희망밴드는 1만4000~1만6000원으로 스팩합병가(1만6003원)보다 다소 낮다.
피엔티가 합병에 성공했을 경우 200억원대 스팩 자본금이 유입되지만 공모를 통해선 120억원 안팎 자금이 유입될 전망이다.
김준섭 피엔티 대표는 이와 관련 “당장 시설투자 등을 위해 자금이 필요해서 상장을 추진한 것은 아니다”며 “기업공개는 해외 수출을 위한 인지도 향상에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스팩도 합병비용 등 넘어야 할 산=그렇다고 스팩이 항상 유리한 것은 아니다. 최근 스팩과 합병에 성공한 상장사들이 회계상 문제로 인해 실적이 큰 폭으로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는 기업 실제 체질과는 달리 국제회계기준(IFRS)을 적용하면서 합병 비용을 손익계산서에 한꺼번에 반영한 탓이다. 이트레이드1호 스팩에 피합병된 하이비젼시스템이 1분기 보고서에 127억원의 합병 비용을 반영했고, 지난해 HMC스팩과 합병한 화신정공도 43억원의 합병 비용을 작년 감사보고서에 반영했다.
이에 따라 화신정공의 지난해 매출은 1106억원으로 전년 대비 30.6%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20억원으로 60.9%나 급감했다. 높은 성장성에 대한 기대로 합병기일 이전에 주가가 크게 오른 탓이다. IFRS를 적용할 경우 합병 기준일 스팩 주가는 주당순 자산가치보다 높으면 이 부분만큼 합병 비용으로 산정해야 한다.
◇합병 후 스팩 상장 종목 주가 부진=스팩과 합병 후 변경 상장된 종목의 주가가 부진한 것도 스팩주에 부담이다. 지난 4월 19일 신한스팩과 합병을 통해 상장한 서진오토모티브는 상장 시점 보다 30% 이상 하락한 주가에 거래되고 있다. 또 지난해 상장한 알톤스포츠, 화신정공 등도 연초대비 주가가 하락했다. 올해 들어 일반 공모를 통해 상장한 대부분 기업이 공모가를 웃도는 것에 비하면 투자자 매력이 떨어지는 것이다.
하지만 스팩이든 일반 공모기업이든 상장 이후에는 기업이 보여주는 실적과 비전에 따라 주가가 결정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증시관계자는 “상장된 후에는 스팩이든 일반 상장기업든 꼬리표가 따라다니는 것은 아니다”며 “기업실적과 재무여건, 사업 전망이 결국 주가와 투자자 마음을 움직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경민기자 kmle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