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급 초고속인터넷 인프라, 각 종 세제혜택, 빠른 법인 설립 절차 등에 IT기업 본부 속속 이전
#. 지난 19일(현지시각) 룩셈부르크 금융밀집지역 키르츠베르크에 위치한 `ICT 스프링유럽 2012` 콘퍼런스장. 오전 10시도 안된 이른 시간에 세계 각국에서 온 사람들이 입장하기 위해 줄을 길게 섰다. 스웨덴 모바일 결제시스템업체 켄츠의 무스 커리츠 CEO는 “지난해 이 행사에서 만난 프랑스, 독일 등의 스타트업과 함께 새로운 툴을 개발했다”며 “올해는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왔다”고 말했다.
기조연설을 맡은 소셜게임업체 킵미의 브라이언 왕 CEO는 “중요한 것은 이제 유럽 내 반짝이는 아이디어는 모두 룩셈부르크로 통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카멜 암라우네 ICT 스프링유럽 2012 총괄은 “이틀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2500명이 넘는 방문객이 150여개 부스를 방문했다”며 “재참가율은 50% 이상”이라고 설명했다. `유럽 월가`로 불렸던 룩셈부르크가 IT허브로 변모하고 있는 현 주소다.
1인당 국내총생산(GDP) 세계 1위. 3대 주요 신용평가사로부터 `AAA` 등급을 유지하는 나라. 인구 50만명 남짓의 소국, 룩셈부르크가 유로존 위기 속에서도 홀로 독야청청하고 있다. 유럽 내 심장부에 있다는 지리적 이점을 활용해 IT 인프라를 구축, 외자 유치에 속도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10년 개최돼 올해로 3회째를 맞은 ICT 스프링유럽 전시회도 이 전략의 일환이다.
룩셈부르크는 유럽 내에서 인터넷 속도가 가장 빠른 것으로 유명하다. 국가 정책의 일환으로 전국에 최대 1Gbps급 네트워크가 깔려있다. 중요한 것은 룩셈부르크 내에서 만이 아니라 16개 광섬유 케이블을 이용해 독일, 벨기에, 스페인 등 주변국에 10㎳ 이하의 지연율로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이다. 호메인 푸아주 경제통상부 정보통신기술국 국장은 “이용자 간 빠른 호환이 중요한 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들이 룩셈부르크에 있는 이유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룩셈부르크 내 데이터센터인 럭스커넥트는 최고 수준의 재해 대응력을 갖춘 데이터센터만 받을 수 있는 국제공인인증 `티어4(Tier IV)`도 획득했다.
이런 경쟁력을 기반으로 룩셈부르크 정부는 외국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 2011년 유로존 위기를 겪으면서 금융에 편중된 산업 구조를 다양화할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 천연자원이 없고 인건비가 비싸기 때문에 제조업보다는 IT 등 기술집약적인 산업을 육성하려는 움직임이다. 정부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우고 있다. 룩셈부르크 법인세는 25.5%로 프랑스(33.33%) 벨기에(33.99%) 영국(28%) 등 유럽 주요국보다 낮다. 부가가치세율은 15%로 유럽 최저수준이다. 자본세와 양도세는 아예 없다. 그만큼 기업들은 타국에 저렴하게 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아마존, 이베이, 스카이프, 아이튠스 등 룩셈부르크에 유럽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은 셀 수도 없다. 우리나라 게임업체 넥슨은 지난 4월 말 영국에서 룩셈부르크로 본사를 아예 이전했다. 현재 데이터센터 이전 마무리 작업만을 남겨두고 있다. 김성진 넥슨유럽 대표는 “통상 타국에서 법인을 설립하려면 못해도 한 달이 걸리지만 룩셈부르크는 서류 작업을 생략할 정도로 빠르다”며 “민원을 24시간 이내로 처리해주는 시스템이라 기업하기 좋다”고 말했다. 실제로 넥슨은 최근 인력 수급 문제를 정부에 건의하자 산학연계 프로그램을 해결 방안으로 받았다.
지사를 내는 업체도 늘어나는 추세다. 요한 스트라우스 화웨이유럽 IT솔루션 부문장은 “본사는 독일이지만 유럽 법인 고객에게 클라우드 스토리지 서비스를 보다 효과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룩셈부르크에 지사를 설립했다”며 “룩셈부르크 데이터센터의 보안과 안정성은 유럽 내 최고”라고 밝혔다. 후지쯔유럽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은행, 철강 기업뿐 아니라 룩셈부르크를 거점으로 유럽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을 고객사로 유치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이 외에 소셜게임업체 카밤은 1년 전 유럽 내 고객관리와 마케팅, 회계를 전담하는 부문만 따로 룩셈부르크로 이전했다.
룩셈부르크=
허정윤기자 jyhur@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