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자연을 다스릴 수 있을까?. 최소한 번개만큼은 가능할 전망이다. 국내 한 중소업체가 자연에서 발생하는 번개를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낙뢰시스템 `쌍극자 피뢰침`을 개발해 주목 받고 있다. 최근 지구온난화, 기후 변화 등으로 낙뢰(번개) 발생이 늘고 있는 가운데 전 세계가 피뢰기술 개발에 집중하며 잠재 시장이 큰 분야로 부상하고 있다.
옴니엘피에스가 개발한 쌍극자 피뢰침은 낙뢰 유입을 유도해 대지로 전압을 방전시키는 기존의 일반 피뢰침과 달리 뇌운이 접근할 때 대지의 전하를 사전에 방전시켜 낙뢰 조건을 만들지 않는 게 핵심이다.
뇌운은 전기로 충전된 구름이다. 대부분의 뇌운 상단부는 양전하를, 하단부는 음전하를 띤 물방울로 이루어졌다. 낙뢰는 뇌운 속에 축적된 음전하가 대지의 양전하와 만나 충돌하면서 발생한다.
쌍극자 피뢰침은 피뢰침 끝이 음전하 또는 양전하 등 어느 한쪽이 아닌 일종의 무극 상태를 띄도록 해 뇌운의 활동을 저지하는 원리다. 음전하의 성질을 띤 뇌운과 양전하가 만나는 조건을 만들지 않기 때문에 애초부터 낙뢰가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쌍극자 피뢰침은 폴리머 애자(절연체)·방전 갓(도체)·코로나(자외선 에너지) 방전부·피뢰침 본체 등으로 구성됐다. 뇌운이 접근하면 대지와 연결된 피뢰침 본체에 양전하가 모여드는데 이 때 본체와 절연된 방전 갓은 쌍극자 원리에 의해 음전하를 띠게 된다. 이 과정에서 본체(양전하)와 방전 갓(음전하) 사이는 서로 끌어당기는 인력이 높아져 코로나 방전이 발생한다. 결국 뇌운에 빼앗길 양전하를 피뢰침 자체에서 소멸시켜 낙뢰 조건을 만들지 않는 것이다.
정용기 옴니엘피에스 회장은 “낙뢰를 맞는 일반 피뢰침은 직격뢰(해당시설에 번개가 직접 떨어지는 것)에 의한 피해가 생길 수 있고 이미 땅 밑으로 방전된 전기가 다시 유입돼 통신시설 등 민감한 전기·전자 제품에 종종 피해를 입혔던 것이 사실”이라며 “쌍극자 피뢰침은 자연의 낙뢰 조건을 만들지 않은 세계 유일의 기술로 기후변화로 낙뢰 피해가 늘고 있는 글로벌 시장이 타깃이다”고 말했다.
옴니엘피에스의 쌍극자 피뢰침은 최근 구성요소의 소재를 전면 교체, 방전 효과를 더욱 높였다. 열전도율이 낮은 물질을 추가해 발열에서도 성능이 보장되도록 개선했다. 지난해부터 유럽과 일본·인도 등 관련 전시회에 참여해 해외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현재 기상청, 한국수자원공사, 한국가스공사, 세종시 정부청사, 발전소와 군 시설물 등에서 옴니엘피에스 쌍극자 피뢰침의 우수성을 인정, 낙뢰 표준공법으로 이미 적용 중이다. 청와대에도 지난 2003년부터 경호실, 비서실 등의 부속 건물에 기존의 피뢰침을 쌍극자 피뢰침으로 교체 설치한 바 있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