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즈니스]피뢰 기술 트렌드

◇피뢰 기술 트렌드

기상청은 지난 5월 한 달 동안 국내에 2만6000여건의 낙뢰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2007년 같은 기간 약 1만2000건이었던 낙뢰 횟수는 2010년까지 약 500건으로 줄었다가 2010년에는 약 5000건, 다시 1년 만에 약 5배로 급증한 것이다.

이상고온 등 지구 환경문제로 국내뿐 아니라 세계 낙뢰 피해는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낙뢰로 부터 시설물을 보호하기 위한 다양한 피뢰기술들이 등장 했지만 완벽한 솔루션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1752년 벤자민 플랭클린은 연을 이용한 실험을 통해 번개의 전기적 성질을 증명해 최초의 피뢰침을 개발했다. 이 피뢰침은 25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가장 널리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고정밀의 전기·전자 설비를 시작으로 통신 및 고정밀 제어설비가 시설물에 기본 구축되면서 낙뢰를 유인해서 대지로 방전시키는 프랭클린 피뢰침 단점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대지로 방전된 전기가 다시 유입될 수 있고 유입과정에 발생하는 전자기 유도에 의한 직격뢰의 피해에는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민감한 시설이 없어 문제되지 않았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라진 것이다.

이후 1990년대부터 선행 스트리머 방사형(ESE) 유도 광역 피뢰침이나 DAS-CTS 분산형 피뢰침이 개발됐지만 근본적으로 낙뢰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ESE 유도 광역 피뢰침은 뇌운이 근접하게 되면 고전압 등을 발생시켜 하늘을 향하는 피뢰침 끝단에서 선행 스트리머 방사를 통해 예상보다 빨리, 뇌운을 유도(흡입)하는 기술이다. 이 때문에 낙뢰가 다른 장소에 떨어지는 확률은 줄이지만 직격뢰로 인한 피해나 방전된 전기가 다시 유입되는 피해에는 속수무책이다.

또한 DAS-CTS 분산형 피뢰침은 가장 최신에 개발된 기술로 뇌운과 피뢰침 사이에 보호막의 기능을 하는 이온층 형성시켜 낙뢰를 막게 한다. 하지만 효과나 경제적 타당성에 입증되지 않아 상용화되지 않고 있다.

구축사례 `천안 상록리조트 골프장`

지난 2008년 옴니엘피에스의 쌍극자 피뢰침 설비를 구축한 천안 상록리조트 골프장은 125만㎡(약 40만평) 규모로 목련과 벚꽃 등 조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하다. 그 만큼 낙뢰로부터 조경을 포함한 시설물 보호는 당연하다. 천안 지역은 국내에서도 낙뢰 우범지역으로 꼽힌다. 쌍극자 피뢰침을 구축하기 전의 골프장은 연평균 2~3회의 직격뢰와 유도뢰 피해를 입었고 이에 따른 유지보수 등 1억원의 가까운 비용이 소요됐다. 낙뢰로 인한 피해는 주로 통신실 교환대, 스프링쿨러·관계용수 제어계통, 심지어 골프장 내 나무나 운행 중인 카트에 직격뢰를 맞는 피해도 발생했다. 하지만 쌍극자 피뢰 설비로 피해를 대폭 줄일 수 있었다. 1억원에 가까웠던 시설 피해가 설치 이후 2009년에 300만원대로 감소했다고 골프장 측은 설명했다.

홍순환 상록리조트 시설관리 팀장은 “기존 일반 피뢰침을 쌍극자 피뢰침과 광역 피뢰침으로 병행해 구축한 결과 낙뢰 피해가 현격하게 줄었다”며 “천안지역은 낙뢰 우범지역으로 인근 골프장에는 직격뢰로 인한 골프카트나 인명피해가 빈번히 발생하지만 상록리조트 골프장은 아직 한번도 인명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상록리조트 골프장은 1억원의 시설비를 투자해 휴게시설·스프링쿨러나 관계용수 제어시설, 조명시설 등에 쌍극자 피뢰침을 구축해 운영하고 있다.

쌍극자 피뢰침은 최근 제주·부산 기상청 등에도 설치, 낙뢰 피해 감소에 따른 유지 보수비용을 대폭 줄이는 그 효과를 입증 받고 있다. 삼성SDI 천안공장과 가스안전공사에도 설치가 진행 중이다.

개발 스토리

쌍극자 피뢰침 기술은 2002년 형광등의 발광원리에서 착안해 개발했다. 필라멘트와 수은기체, 형광물질로 이뤄진 형광등은 전기가 유입되면 필라멘트와 수은기체가 만나 자외선을 발생시키고 형광등 내부 유리에 발라진 형광물질을 통해 자외선은 가시광선으로 전환, 점등하는 원리다. 이 때 자외선 발생 과정에서 수은기체와 필라멘트에 묻힌 형광물질 간 화학적 충돌(자외선 발생) 과정에서 쌍극자 피뢰침 기술이 탄생했다.

쌍극자 피뢰침 기술을 개발한 정용기 옴니엘피에스 회장은 “2002년 형광등 발광원리에서 착안해 쌍극자 피뢰침을 발견했고 시험장비가 없어 인하대학교에서 장비를 빌려 실험하면서 상용 가능성을 검증했다”며 “이후 2003년 국제 학술지에 쌍극자 피뢰침 기술이 발표되면서 세계에서 관련 학회가 이 기술을 인정하게 됐다”고 당시 일을 회상했다.

쌍극자 피뢰침은 2003년 세계 권위의 국제전기전자공학회(IEEE)의 학술지에 실려 기술 우수성이 입증되면서 사업화가 시작됐다.

옴니엘피에스는 2003년 청와대 경호실과 비서실 등의 부속 건물에 기존 피뢰침을 쌍극자 피뢰침으로 교체·설치하며 국내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올해 6월 기준 국내 5500개의 사이트에서 쌍극자 피뢰침을 사용한다. 현재 이탈리아, 브라질, 일본 등에도 특허 출원이 진행 중이다.


박태준기자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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