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부터 2000년초까지 IT 붐은 거의 모든 산업의 융복합을 이끌어냈다. 전력산업 역시 전력품질과 신뢰성·안정성 고도화 차원에서 전력과 IT를 결합한 전력IT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했다.
한전KDN 전력IT연구원은 전력IT 분야 국가기술 개발을 위해 2005년 기존 기술연구소의 명칭을 변경해 태어났다. 발전·송변전·배전·판매에 이르는 전력계통의 지능화를 위해 전력산업과 ICT 융복합을 개발하는 것이 연구소의 목적이다.
지금은 글로벌 녹색 전력IT 전문연구원을 목표로 79명의 연구원이 소프트웨어·임베디드·발전IT·배전IT 5개 연구그룹으로 나눠 활동하고 있다.
전련IT연구원의 활동 중 가장 큰 성과는 국내 전력시스템의 배전지능화 완성이다. 원격으로 배전개폐기를 작동하는 지금의 관리 시스템이 완성되기 이전에는 작업자가 직접 설비가 있는 곳까지 달려가야 했다. 그만큼 정전사고 시 복구시간도 늦었다. 배전지능화가 완성되기 전 1990년대만 해도 각호당 연간 정전시간은 1시간이 넘었지만 지금은 14분에 불과하다.
현재 전력IT의 청사진으로 불리는 스마트그리드 관련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스마트그리드의 뼈대인 첨단계량인프라(AMI) 솔루션을 자체 기술력으로 개발해 국가사업을 선도하고 있으며 2010년에는 50만가구 전국 사업화에 적용하기도 했다. 제주도 스마트그리드 실증단지 구축사업에는 5대 전 분야에 참여해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한국형 에너지관리시스템(K-EMS)을 개발한 것도 대표적인 성과다.
광역계통 감시제어 시스템(WAMAC)과 스마트 배전운영 시스템(SDMS) 등 대규모 정전(블랙아웃)을 예방할 수 있는 안정·신뢰도 시스템 개발도 한창이다.
WAMAC은 전국 단위의 전력계통 상황의 실시간 감시와 제어를 동시에 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올해부터 실증작업에 들어간다. 각각의 전력설비를 다르게 관리해 문제 발생 시 원인을 찾아내고 해당 계통 구간을 바로 차단해 다른 설비에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조치할 수 있다.
SDMS는 태양광·풍력 등 신재생에너지가 주요 발전원이 되는 시점을 대비해 개발 중인 미래 스마트그리드용 배전운영기술이다. 신재생에너지는 송전 전류량이 불안정해 중앙 계통에 연결하기 까다로운 발전원이지만 SDMS를 이용하면 각 전류량의 불안정성을 파악해 배전 전류를 균등하게 배분하는 역할을 한다.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 신재생에너지도 국가 전력예비력으로 산정할 수 있다.
전력IT연구원은 전력·IT·통신·에너지 등 관련 분야에 대한 기술 분석 및 응용기술과 솔루션별 핵심기술을 확보해 전력계통 전 분야에 IT 융복합을 일군다는 계획이다.
홍종일 전력IT연구원장은 “전력과 IT 융합으로 스마트그리드 기술 개발에 매진해 왔지만 관련 비즈니스 모델은 아직 최대의 화두로 남아있다”며 “전력IT연구원이 스마트그리드 기술은 물론 스타 솔루션까지 발굴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