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미디어 잇단 등장에 법 지체 현상 심각

스마트TV, N스크린 등 다양한 스마트 미디어 서비스가 등장했지만 이를 규정할 법과 제도가 따라 가지 못하는 `법 지체 현상`이 심각하다. 산업 진흥책이 없는 것은 물론이고, 신종 서비스에 문제가 생겨도 규제할 근거가 없는 사례도 비일비재하다. 아날로그 시대에 만든 구시대적 규제 틀을 고수하면서 법 사각지대가 점점 넓어지는 양상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스마트TV, N스크린, 셋톱박스 기반 OTT(Over The Top) 서비스 등의 스마트 미디어 서비스가 속속 상용화했지만 관련 법제를 갖추지 않아 업계가 심한 혼란을 겪는다. 기존 유사 서비스 제공 사업자와 신규 사업자의 갈등, 사업자와 소비자의 대립 등 나타나는 현상도 다양하다. ▶관련기사 3면

단적인 예가 KT의 스마트TV 콘텐츠 차단이다. 스마트TV 규정이 없다 보니 사업자 간 갈등이 곧바로 소비자 피해로 이어졌다. 망 중립성이 쟁점으로 떠올랐지만 이뿐만이 아니다. 스마트TV는 개방 인터넷망을 기반으로 한 서비스인 만큼 인터넷을 통한 영상 콘텐츠의 국경 간 공급 문제가 발생한다. 광고규제와 수익배분 문제도 풀어야 한다. 무엇보다 서비스 측면에서 기존 방송과 차이가 없지만 규제는 거의 없는 비정상적 구조가 됐다.

N스크린 서비스와 OTT 서비스도 마찬가지다. 둘 역시 서비스 형태로만 보면 IPTV나 디지털케이블TV와 유사하지만 적용받는 규제는 다르다. 다음TV, `티빙`, 지상파 N스크린 서비스 `푸크` 등은 부가통신서비스에 들어간다. 부가통신서비스 규제는 방송서비스보다 적다. 지역 DMB 사업자 역차별 논란도 나온다.

IPTV와 디지털케이블TV를 아우르는 통합방송법 제정 논의도 수년 전부터 논란을 빚었지만 진척이 없다. 방통위는 지난해 업무보고 때 제정을 추진한다고 발표했지만, 2년이 다 되도록 제자리다. 여전히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과 IPTV법 개정 등 별도의 작업만 진행 중이다.


방통위는 스마트 미디어 서비스에 대해 연구반 등을 구성해 조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예상되는 문제들에 선제 대응을 하지 못했다. 대응 속도가 느리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다. 연구를 해도 정권 말기로 오면서 결론을 언제 낼지 미지수다. 방통위 안팎에서는 산업 간 이해가 충돌하는 민감한 사안을 차기 정부로 넘기자는 분위기까지 감지됐다.

합의제 위원회 조직의 한계도 많다. 미디어 관련 법안이 쉽게 정치 쟁점화하거나 위원들 간 사소한 의견 차로 허송세월을 하는 사례도 허다하다.

미디어 분야 한 전문가는 “현 방송법은 아날로그 방송 시대에 만들어진 것이 지금까지 왔다”며 “스마트TV, N스크린, OTT서비스 등을 아날로그 기준으로 재단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방송은 공적인 책임이 따르는 서비스인데도 법 지체로 방치됐다”며 “새 융합서비스 육성을 위해 신중한 정책을 펴더라도 산업과 별개로 규제에 선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성동규 중앙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스마트 융합서비스의 잇단 등장으로 세계적으로 1~2년 안에 미디어 산업은 큰 변화가 올 것”이라면서 “그럼에도 방통위는 지상파 재전송, KT와 삼성전자 간 스마트TV 망 차단 논란 등이 불거졌을 때 사업자끼리 해결하라며 역할을 못했다”고 지적했다. 성 교수는 “정부조직 문제나 거버넌스 문제와도 맞물렸지만 방통위가 정치 이슈에 휘말리지 않고 중심 역할을 해야 업계 혼란이 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건호·전지연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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