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새로운 전력산업 구조 개편을 추진한다. 골자는 민간발전사업자 육성이다.
지식경제부는 제6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준비하면서 내달 25일까지 기업들에 발전설비 건설 의향을 조사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전 5차 계획이 STX전력과 동부발전의 석탄화력을 포함시켜 기저발전사업에 민간 참여의 길을 처음 열었다면 6차 계획은 민간기업의 발전 참여를 본격화하는 것이다.
전력시장이 발전과 판매 부문으로 분리된 상황에서 발전부문에 민간발전사업자를 대거 끌어들여 기존 발전공기업들과 경쟁구도를 이루도록 한다는 구상이다. 과거 전력산업 구조 개편은 한전에서 분리한 발전자회사를 민영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앞으로 민간발전사를 기존 발전공기업 수준으로 키우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 발전 방식도 피크 전력을 담당하는 천연가스발전소에서 기저를 담당하는 석탄화력발전소까지 확대한다. 민간기업들이 본격적인 발전사업자 위치를 갖추도록 하겠다는 의도다.
전력거래소는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의향서를 제출하는 민간기업을 10개 이상으로 전망했다. 참여 민간기업에 가점을 줄 방침이다. 동부그룹·동양그룹·포스코파워·SK건설·삼성물산·MPC율촌·SK E&S 등이 이미 진출 의사를 밝혔다.
선두주자는 동부발전과 STX전력이다. 지경부 전기위원회는 이들이 제출한 석탄화력발전소 사업제안서를 지난달 30일 심의, 확정했다. 정부가 민간기업에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허가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SK E&S도 석탄화력발전 사업에 뛰어들기 위해 준비 중이다. 용량은 동부, STX와 같은 발전 1호기당 500㎿다. 저열량탄을 사용하기 위해 순환유동층 보일러를 적용할 계획이다.
포스코파워·동양그룹은 강원 삼척에 각각 4000㎿와 2000㎿급 발전단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삼성물산은 강원 강릉에 2000㎿급, SK건설은 경남 삼천포에 1000㎿급 발전소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MPC율촌은 전남 해남에 4000㎿ 발전단지 조성계획을 밝혔다.
6차 계획이 민간기업 위주로 재편되자 발전공기업들은 민간기업과 연합전선을 구상 중이다. 민간이 추진하는 석탄화력 프로젝트에 지분을 투자하는 방식이다. 지분을 발전공기업 49%, 민간기업 51%로 나눠 민간기업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전력업계는 민간기업의 석탄화력 진출로 약 4000만㎾의 설비가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국내 전체 전력설비 용량의 절반을 웃도는 규모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민간기업 진출이 부진했던 이유는 계통한계가격(SMP) 외에 값싼 기저한계가격(BLMP)을 따로 둬 기저발전소 수익이 적었고 전력공급이 원활해 신규 발전소 수요가 적었기 때문”이라며 “2008년 BLMP를 없애고 SMP 중심 가격구조가 형성된 것은 정부가 민간발전사업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길을 열어준 셈”이라고 분석했다.
정승일 지경부 에너지산업정책관은 “발전시장을 경쟁체제로 유도한다는 정부의 대전제는 확고하며 민간발전사업자 참여는 한 방안이다”며 “사업 의향서를 제출하면 발전공기업과 민간기업을 공정하게 평가해 선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유창선·조정형·함봉균기자 yuda@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