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부족과 민간기업들의 석탄화력 진출 등으로 화력발전소 건설이 호황기에 접어들면서 관련 설비 유지보수 인력들의 이동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설비 유지보수 관련 중소기업 인력들의 발전사 이직이 늘고 있으며 민간발전사들은 발전사 퇴직인력을 다시 채용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17일 전력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발전소 유지보수 협력사 전문인력 가운데 5% 가량이 한전계열 발전자회사와 민간발전사로 이직한 것으로 알려졌다. Y사는 경력직 공채가 몰린 지난해 4분기에만 정비인력 10여명이 한 번에 이직하기도 했다. 몇몇 회사는 발전회사에 협력사 전문 인력의 이직 문제를 심각히 고려해 달라고 요청한 상태다.
발전 분야 협력사들의 전문 인력 이탈은 전력부족으로 발전소 건설이 늘어나면서 더욱 심해지고 있다. 올해 역시 발전사들이 호기당 1000MW가 넘는 대용량 설비 건설을 경쟁적으로 추진하면서 평년보다 많은 정원을 계획하고 있어 인력이동은 계속될 전망이다. 대규모 인력이동이 현실화 되면서 업계에선 정비 6사로 불리는 K·S·I·H·O·A사를 전력그룹사 정비인력 후생양성소로 부를 정도다.
이직은 경력 3~5년차의 30대 초반에서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협력사 출신으로 발전사 생태를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젊은 경력자라는 경쟁력을 살릴 수 있고, 경력을 포기하고 신규채용으로 이직하는 데도 크게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이직 이유는 급여와 고용안정이다. 일반적으로 협력사 대비 발전자회사 경력직으로 채용될 경우 1.5배의 급여를 받을 수 있고 고용도 정년까지 보장된다. 업무상 지위상승도 크게 작용한다. 협력사 직원으로 있을 때는 지시를 받는 입장이었지만 발전사 직원이 되면 업무를 총괄 지시, 지위가 180도 달라진다.
올해 초 발전사 경력직으로 입사한 박씨는 “급여와 복지는 물론이고 그동안 일부 지시받은 일만 하던 업무가 전반을 총괄하는 일로 바뀌면서 개인 성취감도 있다”며 “종전 회사에 같이 근무하던 동료 중에도 이직을 결심한 사람들이 꽤 된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민간발전사로의 이탈도 가시화되고 있다. 민간기업들이 석탄화력발전사업 진출 등 발전사업 일선에 나서면서다. 실제 일부 민간기업들은 발전자회사 퇴직인력을 영입하면서 인력확보의 신호탄을 쏜 상태다. 발전업계는 민간기업은 공기업과 달리 조직 확대와 급여수준에 제한이 없는 만큼 공격적인 인력 영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고위관계자는 “지금은 민간기업의 영입대상이 발전자회사 퇴직자 정도에 머물고 있지만 석탄화력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는 2015년경에는 발전자회사 현직원과 협력사 직원을 가리지 않는 대규모 영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조정형기자 jenie@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