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주년 한은 `이빨 빠진 늙은 호랑이?`

한국은행이 12일로 창립 62주년을 맞았다. 한국전쟁 발발 직전인 1950년 6월 12일 설립된 한국은행은 국가 중앙은행으로서 은행권(화폐)의 독점적 발행기관, 은행의 은행, 정부의 은행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외환위기와 여러 차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한국은행 쓰임새도 재정립이 필요하다는 게 금융계의 목소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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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 변화=“환란 전까지만 해도 `한국은행 조사국`하면 대한민국 최고 브레인들만 모인 집단이었는데….”

고참급 한은 직원들을 만나면 의례 듣는 말이다. 실제로 한은 조사국은 우리 경제 고도성장기에 `내비게이션`과 같은 역할을 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를 계기로 민간 경제연구소가 양적·질적 성장을 거듭하면서 한은 조사국 위상도 시들해졌다. 특히 1997년 12월 한은법이 전면 개정되면서 은행감독권이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으로 이관, 한은 기능은 급격히 축소됐다.

◇“물가안정”〈“금융시장안정”=서울 남대문로 한국은행 본관 1층엔 `물가안정`이라고 쓰인 현판이 걸려 있다. 통화당국 제1목표이자 한은 존재 이유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상징물이다.

하지만 지난 2008년 리먼브러더스 사태로 촉발된 글로벌 금융위기는 한은 정체성의 터닝포인트가 됐다. 더 이상 물가안정만으로는 한은 존속을 담보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특히 최근 들어 더욱 심각해지는 유럽발 재정위기는 한은에 물가안정, 그 이상의 목표를 요구하고 있다. 바로 `금융시장 안정`이다.

세계가 단일 경제권으로 묶인 지금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바로 대한민국 실물경제 침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은이 금융안정에 제 역할을 하려면 그에 상응하는 정책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 금융계가 한은의 `조로`를 걱정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중수식 리더십=한국은행 힘은 `독립성`에서 나온다. 청와대나 행정부 눈치 안 보고 할 말을 하는 중앙은행을 시장은 원한다. 하지만 한국은행 독립성 약화는 김중수 총재 취임 이후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

한은 전 직원 2000여명 가운데 70% 이상이 참여한 설문 조사에서, 응답자의 90% 이상이 김 총재 취임 이후 한은 독립성이 이전보다 약화됐다고 답했다.

청와대와 재정부 등에 제공되는 한은 `VIP 리포트`는 김 총재 독립성 훼손의 상징물처럼 돼 버렸다.

환갑을 넘긴 한은의 `회춘`을 위해서는 김 총재의 리더십이 제대로 발휘돼야 한다는 게 금융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류경동기자 ninan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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