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울렸다. 분명 종소리도 퍼졌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를 듣고 반가워 하는 사람이 없다. 시행 6개월째에 접어든 `휴대폰 가격표시제` 얘기다. 정부가 1월 가격표시제를 도입했지만 효과를 찾기 힘들다.
모름지기 정책엔 수혜자가 있게 마련이다.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함께 웃으면 최상이다. 설사 한편이 앓는 소리를 내더라도 다른 한쪽은 웃어야 실효성 있는 정책이다.
휴대폰 가격표시제 주변에선 웃음소리가 들리지 않는다. 출고·할인·판매가격을 일일이 표시해야 하는 업주는 불평만 늘어놓는다.
최근 실시한 단속에서 적발된 매장의 운영자는 “탁상행정”이라고 항의했다.
가격표시제를 이행한 매장 업주도 다를 게 없었다. 단속반이 지나간 후 슬쩍 물어보니 “누구를 위한 제도인지 모르겠다”고 털어놓았다.
대체로 사업자에 불리한 제도는 소비자에게는 이익을 안겨주는데, 휴대폰 가격표시제는 그것도 아니다.
소비자는 오늘도 매장 직원에게 `스마트폰 어떻게 싸게 사요`라고 묻는다. 소비자는 한 달 전 가격 그대로인 가격표, 복잡한 할인 프로그램을 일일이 반영할 수 없는 가격표를 쳐다보지 않는다.
지식경제부도 고민이다. 힘들게 휴대폰 가격표시제를 도입했는데 효과는 적다. 괜한 일을 벌인 것은 아닌지 좌불안석이다.
이쯤 되면 방법은 둘로 나뉜다. 정책을 거둬들이거나 전면 개편하는 것이다.
정책 추진이 힘들다고 백지화하기엔 휴대폰 유통 시장이 너무 후진적이다. 고무줄 할인정책과 단말·서비스 요금이 뒤섞인 통신비 구조는 판매업자와 소비자를 서로 속이고 불신하게 만든다.
남은 선택은 전면 개편이다. 의미 없는 가격을 전시해봤자 소용없다. 통신요금과 단말 가격을 분리해 재편해야 한다. 불투명한 휴대폰 가격정책도 바로잡아야 한다.
단일 부처 혼자 짊어질 일이 아니다. 범부처 차원에서 대책을 만들어야 한다. 지식경제부, 방송통신위원회, 공정거래위원회로 나누어 산발적으로 접근해봐야 결국은 도돌이표다.
이호준 통신방송산업부 차장 newlevel@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