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사는 세계 일류 기업으로 손꼽힌다. 대한민국 상위 10% 인재가 입사한다. 이 회사엔 `60% 법칙`이 있다. 신입사원 가운데 40%가 일정 기간 안에 회사를 그만두고 나머지 60%가 회사를 이끌어간다는 내용이다.
조직 역량이 뒤떨어지는 하위 20%는 정리된다. 상위 20%는 조직 논리가 자신에게 맞지 않아 스스로 회사를 떠난다. 혹자의 말을 빌리면 전자는 못났고, 후자는 너무 잘났다.
일정한 목표가 있는 조직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인력이 떠나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동일 목표를 위해 비슷한 시각과 가치관을 가진 인재 위주로 걸러낼 필요도 있다.
실제로 A사는 이렇게 해서 세계 일류 기업 반열에 올랐다. 그런데 이런 인력 구조로는 초일류 기업으로 나가지 못한다는 지적도 있다. 조직에 창의적이고 자유로운 사고를 하는 인재가 너무 적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공무원이 있다. 동남아 지역 대사관에 근무했다. 당시 한인학교를 세우려고 현지 진출 기업들이 십시일반으로 기부했다.
그런데 유독 A사만 기부를 결정하지 못했다. 알고 보니 현지 법인장이 아주 작은 사안도 스스로 결정하지 못했다. 기부 건도 이런 이유에 해당됐다는 것이 이 공무원의 설명이다. 다른 기업도 비슷하긴 했지만 유독 A사 임원에게서 이런 특성이 두드러지더라는 얘기다.
그는 이런 현상의 답을 60% 인력에서 찾았다.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의사 결정이 필요하지 않은 조직 생활이 만든 촌극이라는 것이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애플과 같은 창의적인 기업이 나오지 못하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았다. 그는 A사가 초일류 기업이 되기 위해서는 60%의 충성스러운 조직원과 함께 40%의 다양성을 수용하려는 고민도 필요해 보인다고 조언했다.
홍기범 전자산업부 차장 kbho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