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정보를 보호하고자 주민등록번호 사용을 줄이려는 정부와 경영 및 규제 부담을 최소화하려는 인터넷·게임 업계의 막바지 조율이 한창이다.
온라인에서 주민등록번호 수집과 사용을 제한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이 오는 8월 발효하는 가운데 업계에서는 주민등록번호 외에 온라인 본인 확인을 위한 마땅한 수단을 찾기 힘들다며 어려움을 호소한다.
심야 시간 청소년 게임 이용 제한을 위해 사용자 연령을 확인해야 하는 게임 업계나 사기 판매 위험이 높은 온라인 쇼핑 업계에서 우려가 크다. 주민등록번호 사용을 줄인다는 대의에 뜻을 같이하지만 현장의 어려움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는 업계와의 협의를 바탕으로 이번 주 관련 가이드라인을 발표할 예정이다.
◇온라인에서 주민등록번호 못 쓴다=8월 발효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가 주민등록번호를 수집 및 이용하는 것을 금지한다. 하지만 온라인에서 연령 확인을 요구하는 다른 법률과 충돌한다.
게임 셧다운제를 규정한 청소년보호법이 대표적이다. 16세 이하 청소년은 밤 12시 이후 온라인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했다. 청소년을 가려내는 데는 연령과 본인 확인이 필요하지만 주민등록번호 외에 적절한 대안이 없다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온라인 쇼핑도 고민이다. 통상 주민등록번호로 불법 거래자를 관리해 왔기 때문이다. 사기나 짝퉁 거래를 제어할 수단이 사라진다는 우려다.
◇주민번호 대체 수단은=주민등록번호 외에 어떤 본인 확인 수단을 채택할지도 논란이다. 정부는 아이핀이나 신용평가기관을 활용한 인증을 대안으로 제시한다. 반면에 아이핀 사용이 번거롭고 해킹 위험에서 완전히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인터넷 업계는 개인정보보호 정책이나 본인 확인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요청한다.
최민식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주민등록번호 대체 수단 지침이 없는 상태에서 기업이 선택한 본인 확인 방법을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사례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민등록번호에서 생년월일 정보만 사용해 사용자를 식별하는 방법 등도 인정해 달라는 요청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런 방식도 주민등록번호 수집과 다르지 않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국내 인터넷 생태계가 주민등록번호 중심으로 획일화돼 개선이 쉽지 않다.
◇시스템 구축 부담 커=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을 새로 고치는 등 비용이 추가될 가능성도 있다. 기업 대부분이 온·오프라인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통합 관리하기 때문에 새 주민등록번호 체제에 맞춰 시스템을 개선하려면 대대적 작업이 필요하다. 아이핀 등 다른 확인 방법도 함께 제공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입법이 급박하게 진행된 만큼 유예 기간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나온다.
김광수 방송통신위원회 개인정보보호윤리과장은 “업계 협의를 거친 가이드라인을 이번 주 발표할 예정”이라며 “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에 관한 구체적 지침 등이 담길 것”이라고 말했다.
주민등록번호 수집 제한에 따른 인터넷 업계 주요 이슈
한세희기자 hah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