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의 `반값 휴대폰`은 유통가와 중소제조사가 연계해 내놓는 `반값 제품`이 스마트폰으로까지 확대돼 정보기기·가전 전반의 유통가 큰 흐름으로 확산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지난해 중반 반값 TV가 처음 출현했고 이후 스마트패드, 노트북, PC, 비데, 에어컨을 넘어 스마트폰까지 `반값`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거의 모든 IT 영역에서 반값 제품이 나오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자전거와 가구 등 비IT 영역에서도 보급형 PB(Private Brand) 출시는 확대일로다.
반값 제품을 놓고 고객에게 다양한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것은 순기능 차원이다. 반면에 일부 부실 상품 문제나 유통가의 단순 `이벤트`에 그친다는 부정적 인식은 극복할 부분으로 꼽힌다.
◇반값 열풍 어디까지=반값으로 표현되는 유통사 기획 PB상품의 열기가 뜨겁다. 롯데마트·이마트 등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G마켓·옥션·11번가·인터파크 등 온라인쇼핑몰(오픈마켓 포함), GS샵 같은 홈쇼핑 업체까지 대부분의 유통사들이 기획형 반값 제품을 내놓고 있다.
이들은 출시 때마다 대부분 반짝 인기몰이에 성공해왔다. 스마트폰까지 반값 열풍에 동참하게 되면 가전·IT기기 가운데는 냉장고와 세탁기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제품이 등장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초기 반값 제품은 큰 시선을 끌었지만 최근에는 취급 품목이 늘고 많은 유통사들이 참여하면서 일반적 상시 유통 흐름으로 전환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반값 제품은 중소제조사와 유통사의 공동기획으로 탄생한다. 중소제조사는 부족한 브랜드와 마케팅 능력을 얻고 대형 유통사는 가격이 저렴한 보급형 제품으로 매출을 올리면서 기업 이미지를 끌어올리는 모델이다.
◇소비자 선택권 강화·중소기업에 기회=반값 제품의 가장 큰 장점은 `가격 대비 성능`이다. 모든 소비자가 프리미엄 제품을 원하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반값 상품은 소비자에게 선택권을 확대시켜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중소제조사에도 기회가 된다. 국내 가전유통은 삼성·LG가 양분하다시피 했다. 중소제조사는 기술력을 갖춰도 제품을 팔 방법이 없었다. 대기업 유통사와 공동 대응으로 신뢰도를 얻고, 유통채널을 활용할 수 있게 된 점은 분명한 기회다. 반값 제품의 사후서비스(AS)도 유통사와 제조사가 함께 책임지기 때문에 소비자 우려도 덜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각각 `국민TV` `알짜TV`라는 보급형 제품 판매를 늘리고 있다. 대기업 제조사가 보급형 라인업을 확대하는 흐름도 `반값 제품`이 가져온 변화 가운데 하나다.
◇“가격 넘어선 이점 줘야 지속성장 가능”=LG전자 관계자는 “올해 반값 TV가 많이 회자됐지만 실제로 이들의 시장 점유율은 예년과 큰 차이가 없다. 극히 미미한 수준”이라고 평가절하했다.
반값 제품이 종류는 많은 것 같지만 제한된 물량에 그치는 `이벤트` 성격에 그치는 일이 많다는 지적이다. 유통사들이 일종의 `미끼 상품` 형태로만 활용한다는 것.
유통사와 제조사가 철저한 사전 품질 검사를 한다지만 대기업에 비해 AS가 불편한 점도 개선해야 할 부분이다. 일부 문제 있는 제품이 `반값` 이미지 전체를 훼손하는 일도 나타날 수 있다.
주요 유통사를 잡기 위해 중소제조사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반값 제품 간에 품질과 가격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중소제조사라면 갑자기 공급처가 끊기면서 피해를 볼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유통업계 고위 관계자는 “PB 제품이 유통업계의 적지 않은 사업 영역으로 정착되는 분위기로 중소제조사와 대형유통사의 동반성장 의지가 중요하다”면서 “우량 제품을 좋은 기획으로 내놓기 위한 경쟁은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표. 주요 유통사 반값 가전 제품
※자료: 업계, 각사
김승규기자 seu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