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캐피털(VC)이나 엔젤투자자가 스타트업 기업에 투자할 때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 중심으로 지분을 매입하면서 스타트업의 재기 기회를 막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 일부 투자자가 만기일을 단기로 정하고 우선주에 투자해 창업자가 결국은 무한책임을 지게 하는 사례가 발생해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 벤처기업가는 “멋모르고 상환전환 우선주 투자를 받았는데 이게 결국 무보증대출과 같은 효과를 지녀 사업 아이템을 전환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상환전환 우선주에 투자하면 일정한 기간을 정해두고 만기가 도래했을 때 만기를 연장하거나 상환 또는 보통주로 전환을 요청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 만약 3년 상환 옵션을 걸어 우선주 투자를 하면 3년 안에 사업이 본궤도에 오르지 못해 상환 여력이 없어도 회사가 이를 매입해서 원금에 이자를 붙여 돌려줘야 한다.
이 때문에 국제회계기준(IFRS)이 도입된 뒤에는 상환우선주는 기업 재무제표에서 종전처럼 `자본`이 아닌 `부채` 항목에 포함시키도록 했다. 상환가액과 상환기간이 미리 정해져 있기 때문에 부채 성격이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투자자가 우선주를 선호하는 이유는 위험성이 특히 큰 초기기업에 가치평가를 하기 쉽지 않은데다 인수합병(M&A)이나 상장(IPO) 시에 우선권을 가질 수 있어서다.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는 명제가 있기는 하지만 최소한의 안전장치는 필요하다는 것. 최대주주가 계약을 위반할 때 보통주 주주는 별다른 조치를 취할 권한이 없다.
우선주가 문제가 되는 것은 상환·전환 옵션 만기일이 단기일 때다. 초기기업이 매출을 내고 사업을 어느 정도 규모로 키우기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한창 사업 확장을 해야 할 시기에 상환 요청을 받았지만 상환 여력이 없다면 지급불능 상태가 된다. 미국 아마존은 흑자전환까지 10년, 인터파크는 9년이 걸렸다는 걸 감안했을 때 회사에는 부담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엔젤 투자 시에 최소한 7~10년 정도로 만기를 길게 두고 우선주 투자를 하는 편”이라며 “그렇지 않고 단기간으로 상환기일을 잡는다면 투자라기보다는 채권과 다를 바 없다”고 말했다.
전환우선주·상환우선주=우선주는 의결권 없이 배당 등에서 우선권을 가진 주식을 말한다. 3~10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우선주를 전환 우선주라고 부르고 상환 우선주는 일정한 기간을 정해놓고 그 기간이 만료되면 발행회사에서 이를 되사도록 한 주식이다.
오은지기자 onz@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