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주치의센터 설립 1년] <하> 반월·시화기업주치의센터

동의보감 저자 허준은 조선의 임금인 선조와 광해군의 건강을 살피는 주치의를 역임했다. 허준은 임금의 타고난 체질부터 식습관, 수면시간 등을 꼼꼼히 살폈고 질병발생 시 이를 완벽하게 치료하면서 명성을 쌓아갔다. 단순히 질병 치료에만 그치지 않고 근본 원인을 밝혀내면서 허준은 당대 최고의 명의로 알려졌다. 이처럼 주치의는 어떤 사람의 병을 맡아서 치료하는 것을 책임진 의사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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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기술, 금융 3개 분야로 구성된 기업주치의들이 기업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 `SWOT` 분석을 진행하고 있다.

반월·시화기업주치의센터(센터장 백명현)는 1만2000여 기업이 밀집한 반월·시화공단의 `중소기업 종합병원`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 종합병원에는 15명의 분야별 전문 주치의들이 경영·기술·금융 3개 분야로 팀을 구성해 기업지원 서비스를 하고 있다.

현재 반월·시화단지 내 기업은 절반가량이 부품소재 산업에 종사한다. 이 같은 지역 특성에 대응하기 위해 센터는 자동차산업·전기전자·정밀화학·기계·중견기업 육성팀 5개 전담팀을 꾸렸다. 센터의 가장 큰 경쟁력은 분야별 우수 전문가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는 점이다. 석·박사급 이상으로 구성된 기술 주치의를 비롯해 기업과 금융 현장에서 30년 이상 잔뼈가 굵은 현장 전문가들이 기업지원에 힘을 쏟고 있다.

이들은 기업이 부르는 곳이라면 30분 이내에 현장으로 달려간다. 마치 의사가 환자를 돌보듯 주치의들은 기업을 찾아 애로사항을 살피고 치료법을 제시한다. 단순 컨설팅에만 그치지 않고 미래성장 전략과 아이템을 함께 고민하다보니 해당 기업과 신뢰는 덩달아 높아갔다.

이 과정에서 마케팅과 연구개발, 생산관리, 조직·노무관리, 정부지원, 대출·신용보증 등에 대한 상담도 자연스레 진행된다. 지역 내 산학연관 네트워크를 활용해 참여·협력 기관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한 종합적인 지원도 하고 있다.

경영주치의는 원자재 구매전략과 상품의 마케팅전략 등 경영분야 컨설팅을 담당한다. 기술주치의는 테크노파크 등 지역 혁신기관과 연계해 성장아이템 발굴에 나서며 금융주치의는 정부지원자금 소개와 대출 등의 문제 해결을 돕는다.

전문 주치의들이 `드림팀`을 구성해 현장 밀착 진단에 나서면서 성과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122개 기업에 단기코칭 서비스를 완료했으며, 57개 기업은 3개월에 걸쳐 종합적인 경영진단과 맞춤형 컨설팅을 완료했다. 이 과정에서 경영자금, 대출 등 금융애로 51건도 해결했다.

지난해 4개 중견기업 육성 프로젝트에 나선 센터는 올해 3배 이상 늘어난 12개사를 중견기업으로 도약시킬 계획이다. 또 기업 역량강화를 위해 매달 리더십 강화를 위한 CEO포럼을 개최하고 있다. 3000여명의 임직원들이 포럼에 참여해 신기술 동향, 원가관리 등 경영 노하우를 쌓아갔다.

실제 자동차부품 제조기업인 A사의 경우 현장 재설계 과제 수행 후 작업인원 40%를 재배치한 결과 성형기 증설공간을 추가 확보해 생산성이 67% 높아졌다.

창업한 지 1년이 안된 신생기업 B사는 센터의 도움으로 신용보증서담보와 정책자금을 연계해 3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수 있었다. 마스터플랜 워크숍을 통해 지식재산권의 중요성을 인식한 C사는 경쟁사가 자사 디자인을 모방해 유사제품을 상용화한다는 사실을 파악한 후 센터의 지도로 지식재산권 침해를 막았다. 5억 가까운 경제적 손실을 예방한 사례다.

백명현 센터장은 “반월·시화단지는 규모의 경제, 고급인력 부족 등의 어려움이 있는 만큼 자립성장 기반 마련과 혁신역량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라며 “2차연도 핵심 포인트인 `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주치의센터가 보유한 차별화된 컨설팅 역량을 풀가동해 기업 경쟁력을 강화시켜 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반월시화=서인주기자 sij@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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