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이 급성장하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는 디스플레이와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해주는 시스템이다.
국내에서는 3~4년 전부터 KT와 LG유플러스 등 통신사를 중심으로 성장 가능성을 높게 판단해 사업을 추진해 왔다. 광고 효과와 사용자 경험(UX)을 높이는 게 주목적이다. 통신사 외에도 디스플레이 제조사, 솔루션 업체, 광고업체, 시스템과 컨설팅 업체 등이 디지털 사이니지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다.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이 단순한 제조업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융·복합 산업이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 2015년 2800억원 규모=ABI리서치 자료를 기반으로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이 추정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2억달러 규모였던 글로벌 디지털 사이니지 시장은 2015년 112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뉴미디어 광고 플랫폼으로서 역할이 늘어나면서 연평균 37.2%로 고속 성장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본 역시 2014년 1조3000억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보인다.
눈여겨볼 점은 2010년 이전엔 시스템·하드웨어 시장이 과반을 차지하다가 점차 광고·콘텐츠·소프트웨어 시장이 커져 2015년엔 전체 시장의 80%를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다시 말해 디스플레이 제조와 설치, 유지보수보다 콘텐츠 개발과 유통, 소프트웨어 시장이 더욱 커진다는 얘기다.
우리나라도 이와 비슷한 추세를 따를 것으로 보인다. KT경제경영연구소가 글로벌 성장률 기준으로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성장세를 전망한 자료에 따르면 2015년까지 매년 18.5%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예상된다. 2015년 전체 시장 규모는 2782억원으로 이 중 콘텐츠 부문이 1930억원을 차지할 전망이다. 국내에서도 디스플레이 제조 외에 소프트웨어를 포함한 컨설팅 분야가 새로운 사업 영역으로 부상한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사이니지의 중요성을 인식한 정부에서도 업계와 관계기관을 중심으로 지난달 `한국텔레스크린협회`를 설립했다. 초대 회장엔 한원식 KT 기업프로덕트본부장이 선임됐다. 협회는 지속적으로 회원사를 모집해 국내 디지털 사이니지 산업 육성을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
◇증강현실 등 최신 기술 접목으로 진화=초기 디지털 사이니지는 옥외 광고판을 디스플레이로 대체하는 것에서 시작됐다. 이후 네트워크를 이용해 필요한 콘텐츠를 전송하는 방식으로 진화했고 인공지능(AI), 안면인식 기술과 근거리통신(NFC), 증강현실(AR) 등 다양한 기술 접목이 시도되고 있다.
김성원 믹스앤매치네트웍스 이사는 “생활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는 아직까지 단방향 위주 제품이 많다”며 “하지만 안면인식·AR 같은 첨단 기술 접목 사례가 늘어나면서 점차 양방향 통신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디지털 사이니지가 인공지능을 지향하는 공간지점네트워크장치(Space Point Network Device) 기능을 수행하며 사람과 기기, 공간을 연결하는 `거대한 지점`으로 발전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와 함께 네트워크로 콘텐츠를 주고받는 `다기능 복합미디어`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아직 초기 단계이긴 하지만 양방향 소통 사례는 우리 주변에도 있다. 바로 광화문 지하철역사 내에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다. CJ파워캐스트가 운영 중인 이 사이니지는 수익모델과 디지털 사이니지를 연계했다. 사이니지를 이용하는 고객에게 인근 상가 등에서 활용할 수 있는 할인 쿠폰을 발행하고 고객이 이를 선택해 활용하게끔 했다.
QR코드를 인식하면 본인 스마트폰에 쿠폰이 등록돼 매우 편리하다. 고객이 기업과 직접 소통하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터치스크린으로 고객에게 의사결정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양방향 사이니지의 시작을 알렸다고 볼 수 있다.
◇멀티터치 디스플레이 등 장비 다양화=접목 기술이 발전하면서 동시에 관리 기술도 진화하고 있다. 최근 삼성SDS가 혜화역에 선보인 `스마트 디지털 사이니지`가 대표적 사례다. 기존 지하철역에 설치된 디지털 사이니지는 시스템이 멈출 때마다 일일이 관리자를 파견, 원인을 파악해 수리를 해야 했다. 인력자원 소모도 문제지만 광고 마케팅 효과도 저하된다.
삼성SDS 스마트 디지털 사이니지는 인텔 기술 기반 `원격관리`를 핵심으로 한다. 장애 발생 시 관리자를 파견하지 않고도 원격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장비 자체에 정상 작동 여부를 파악하는 기능까지 갖춰 장애율을 낮춰준다. 비용 절감은 기본이다.
디지털 사이니지에 활용되는 장비도 다양해질 전망이다. 지난 4월 총선 개표방송에서 선보였던 `멀티터치 디스플레이` 등 최신 장비가 디지털 사이니지에 결합되면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총선 당시 방송 3사에서 사용했던 장비(터치 스크린)는 미국 회사 `퍼셉티브픽셀` 무한 멀티터치 디스플레이다. 지난 2008년 미국 CNN 대선 개표방송에서 시각 효과 극대화로 진가를 발휘한 바 있다. 원터치나 투터치 디스플레이와 달리 무한 멀티터치 디스플레이는 일기예보나 선거방송, 의료, 교육 등 여러 분야에서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국내에서도 삼성전자가 마이크로소프트와 손잡고 멀티터치 테이블 디스플레이 `SUR40` 출시를 앞두고 있고, 아바비전 등 솔루션 업체가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이러한 장비를 공공 장소에서 디지털 사이니지로 활용하면 고객 만족도와 홍보 효과를 한층 높일 수 있다.
김성원 이사는 “디지털 사이니지는 검증된 기술을 사용해야만 수익모델과 연계할 수 있어 멀티 터치 디스플레이 등의 장비나 인공지능기술 등 완성도가 높아질수록 시장 확대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말했다.
디지털 사이니지 활용 사례 중 하나인 가상 피팅(Fitting)룸
안호천기자 hcan@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