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북 초대석] 세시봉, 서태지와 트로트를 부르다

이영미 지음, 두리미디어 펴냄

“혹시 평소에 이런 게 궁금하지는 않으셨나요? 왜 요즘 젊은 애들은 왕싸가지인지, 왜 40, 50대는 밥맛없게 잘난 척을 하는지, 왜 우리나라 노인은 저토록 품격 없고 비겁한지, 중딩 때는 HOT 왕팬이었고 따분한 포크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는데 20대 후반이 되니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듣고 있는지, 유치하다고 고개 돌렸던 뽕짝이 마흔이 가까워지면서 어느 틈에 좋아지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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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프롤로그에 실린 글인데요, 말 그대로 이런 분들이 읽으면 눈이 번쩍 뜨일 책입니다. 우리나라 대중가요사를 세대론으로 성찰한 책이거든요. 그래서 책 제목도 현실에선 절대 있을 수 없는 상징성을 띠게 된 것이고요. `대중가요를 무슨 성찰씩이나`하고 코웃음 칠 일이 아닙니다. 무심코 부르던 대중가요에 역사, 사회, 문화적 의미를 흥미롭게 분석해 절로 `아`하는 탄성이 나오니까요.

40, 50대 중년은 포크송을 대중가요 가운데 으뜸으로 치는 이가 많습니다. 책 자체가 지난해 모 방송의 설 특집에서 송창식, 윤형주 등을 출연시킨 후 불었던 `세시봉 열풍`이 계기가 돼 출간된 것이거든요. 한데 지은이는 이 자부심에 딴죽을 겁니다. 당시 사회가 만들어 낸 `신화`였다는 겁니다.

“70년대 초 우리나라 포크는, 만들고 부르는 사람도 좀 잘났고, 그걸 듣고 좋아하는 사람도 대학생이거나 인문계 고등학생이었다. 그래서 덜 상업적이고 공동체적이며, 덜 상투적이고 더 자유로운, 뭔가 먹물기가 있어 보이는 것이 매력이었다”는 지적이 맞지 싶습니다.

그러면서 트로트를 낮춰보는 풍조가 `왜색`이란 이유만이 아니라 트로트에서 풍기는 늙고 학력이 낮은 하층민이란 이미지 때문이 아니냐고 묻습니다. 트로트의 뿌리가 일본의 엔카이긴 하지만 식민지 시대 대도시에서 신교육을 받고 자란 젊은이들이 즐겼던, 당시에는 나름대로 세련된 노래였던 사실을 깨우쳐줍니다.

트로트가 한일강제병합과 더불어 인기를 모은 것이 아니라 일본문화, 일본식 교육 세례를 받은 `병합세대`가 20대 전후에 이른 1930년대 들어서야 `황성옛터` `타향살이` `목포의 눈물` 등이 쏟아지기 시작했다는 점을 그 근거로 제시합니다. 놀랍지 않습니까.

지은이는 `한국대중가요사` `흥남부두의 금순이는 어디로 갔을까` `광화문 연가` 등 대중가요사 관련 책을 여럿 낸 대중문화평론가인데 무게를 잡지 않고, 이른바 수다체로 대중문화의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고복수에서 강산에까지 가수의 음악세계를 소개한 글도 맛이 각별하고요.

책 속의 한 문장: 잘난 인간들의 감수성과 취향이 항상 우월한 것은 아닙니다. 취향이란 상대적인 것이니 우월이니 열등이니 하는 것이 차라리 우스운 것이지요.

자료제공: 메키아 (www.mekia.net/)

문의: eBookman@mekia.net


송혜영기자 hybrid@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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