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을 패러디해 만든 이그노벨상(Ig Nobel Prize)이 있다. 이그노벨상은 미국 하버드대학교의 유머 과학 잡지 `AIR(Annals of Improbable Research:있을 법하지 않은 연구 연보)`의 발행인 마크 에이브러햄이 1991년 제정한 상으로, `다시 할 수도 없고 해서도 안 되는 업적`을 남긴 과학자에게 주는 패러디 노벨상이다. 매년 가을 진짜 노벨상 수상자가 발표되기 1∼2주 전에 하버드대 샌더스 극장에서 시상식을 가진다. 이 상의 이름은 `불명예스러운`이라는 뜻의 영어 단어 이그노블(Ignoble)과 노벨(Nobel)을 합성해 만들었다.
선정기준도 특이하다. 첫 번째 기준은 웃음을 터뜨릴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기준은 한바탕 웃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웃음→호기심→생각으로 이어져야 한다. 상금 0원, 시상식 참가비 각자 부담, `생각하다 떨어진 사람`이 그려진 상장 수여, 수상소감 발표시간 60초, 60초가 넘으면 아기울음 소리를 내서 발표시간이 끝났음을 알리는 등 시상식도 재미와 기지가 넘친다.
이그노벨상 선정기준의 웃음은 `고소`하다고 웃는 `고소(苦笑)`, 즉 `쓴웃음`이 아니라 생각지도 못한 호기심을 자극해서 자기도 모르게 나오는, 손뼉까지 치면서 웃는 박장대소(拍掌大笑)다. 이그노벨상에 나오는 웃음은 오히려 기대를 망가뜨리면서 뜻밖의 웃음을 선사하는 파안대소(破顔大笑)다.
이그노벨상 창시자 에이브러햄 발행인이 최근 한국에 와서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지금까지 과학사를 살펴보면 혁명적인 발명이 처음에는 모두 황당하다는 평가를 받았다”며 “시간이 지나면서 비로소 혁명적이라는 평가를 얻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상을 놀라게 하는 아이디어도 처음에는 비웃음을 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비웃음`의 `비`가 떨어져나가고 비상(飛上)하면서 비상(非常)한 관심을 끌 수 있다. 비웃음을 샀던 아이디어는 비로소 의미심장한 `웃음`을 선사하는 혁신적인 창조로 연결되는 것이다.
누군가 아이디어를 내면 조소(嘲笑)와 냉소(冷笑), 실소(失笑)와 고소(苦笑) 같은 `비웃음`보다 관심을 보여주고 믿음을 주는 조용한 미소(微笑)를 보낸다면 비상한 관심을 끄는 혁신적 아이디어로 바뀔 수도 있다.
한양대 교육공학과 교수 010000@hany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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