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차보다 도로 먼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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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전기자동차 산업이 정부 정책으로 성장이 더뎌지고 있다. 전기차는 단순히 매연 뿜는 내연기관 차량을 친환경 차로 바꾸는 단일 산업이 아니다. 2차전지·충전기·충전인프라에 향후 태앙광·풍력 등 신재생발전과 연동되는 잠재성이 큰 대규모 산업이다.

이미 전기차 택시사업까지 시작한 일본은 가정의 태양광발전 설비로 차를 충전하고 차에 저장된 전기를 다시 가정용 전기로 활용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유럽도 해상풍력에서 생산한 전기를 전기차에 공급하는 대규모 충전인프라 사업으로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유도하고 있다. 미국은 멕시코 국경지대에서 시작해 캘리포니아주·오리건주를 거쳐 캐나다 국경지대를 잇는 수천㎞의 전기차 전용도로를 구축한다. 미국 정부는 전기차 보급을 확산하기 위해 인프라부터 다져놓겠다는 전략이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전기차 보급에 앞서 구체적 충전인프라 구축 계획을 수립해 민간 기업의 참여를 이끌어낸다는 것이다. 소비자가 전기차 이용에서 가장 우려하는 점이 충전인프라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예산이 투입된 매칭펀드를 조성해 민간 기업 참여를 유도하고 향후 이익을 민간 기업과 공유한다. 초기 산업인 만큼 정부의 의지와 책임이 반영된 정책이다.

반면에 우리나라는 일방적 보급에만 급급하다. 인프라 구축은 고사하고 정부 보조금으로 구매할 수 있는 전기차도 경차 한 대와 도로 운행 제한이 많은 저속전기차 한 대가 전부다. 환경부 보급사업은 전기차를 구매하면 최고 1500만원의 보조금과 한 대당 880만원의 충전기(완속용) 보조금을 지급한다. 880만원은 충전기 한 대 값이다. 결국 차를 사야만 충전기 한 대를 받는 셈이다. 환경부는 올해부터 보조금 지급 범위를 공공기관에서 서비스 분야 등 기업으로 확대했다. 하지만 실제 구매는 저조하다. 충전인프라가 갖춰지지 않은 상황에서는 근거리 업무용으로도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의 적극적 산업 육성 의지와 책임 있는 정책으로 충전인프라부터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 일방적 보급 정책이 전기차 산업과 관련 산업 성장까지 더디게 한다.


박태준 그린데일리 gaius@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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