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0만이 카카오톡 무료통화 쓰면 결국…

카카오톡 음성통화서비스 `보이스톡`의 국내 서비스 시작은 이동통신시장에 충격파를 몰고 올 전망이다. 국내외 3500만 카카오톡 이용자를 기반으로 모바일 인터넷전화(mVoIP)의 급속한 대중화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해 카카오톡 때문에 단문서비스(SMS) 매출 급감 직격탄을 맞은 통신사는 음성통화 매출에서도 상당한 타격이 예상된다. 이미 보이스톡 이용자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이의 대응방침을 결정하지 못한 이통사들이 뒤늦게 차단에 나서게 되면 한동안 조용했던 망 중립성 논쟁도 격화될 전망이다.

◇보이스톡 파급력 `막강`=보이스톡은 카카오톡 국내 이용자 3500만명이 잠재 고객이다. 특히 카카오톡은 국민 메신저인 만큼 일거수일투족이 관심대상이다. 카카오톡이 잠시 불통되면 관련 뉴스가 쏟아지고 고객 문의 및 인터넷 검색이 빗발친다. 이번에 보이스톡을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에서 서비스한다는 발표 당시에도 엄청난 관심을 받았다. 한국만 서비스하지 않는 것에도 불만이 쏟아졌다.

이런 가운데 베타테스트 이전부터 카카오톡 앱에 있는 파일을 간단히 수정해 보이스톡을 이용하는 방법이 인터넷으로 급속히 전파됐다. 아예 보이스톡이 가능하도록 수정한 카카오톡 앱도 인터넷에서 공유된다. 여기에 공식적인 베타테스트까지 더해지며 보이스톡 이용은 급속히 늘 것으로 전망된다. 통신사는 지난해 카카오톡 때문에 SMS 매출이 1조원가량 급감하기도 했다.

◇NHN과 다음도 “바빠졌다”=국내 포털 양대 산맥인 NHN과 다음커뮤니케이션 역시 mVoIP 대응책 마련에 돌입했다. NHN은 `라인`, 다음은 `마이피플`이란 mVoIP 서비스를 갖고 있다.

양사는 카카오의 전격적인 음성통화 서비스 제공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면서도 절대 다수 휴대폰 이용자의 지지를 등에 업은 보이스톡의 파급효과를 지켜보자는 상황이다. 양 사는 지난해 망중립성 논쟁이 격화된 이후 이통사의 견제로 국내 가입자 확대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NHN은 중장기적으로 라인 영상통화 서비스까지 도입한다는 방침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10월 라인 국내 음성통화 서비스를 시작했다. 4일 현재 라인은 전 세계 231개국에 3900만명의 가입자를 확보했다.

마이피플 서비스를 제공 중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자사 모바일커뮤니티와 연계해 mVoIP 서비스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마이피플 이용자가 스마트폰에서 더욱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환경을 마련할 계획이다.

◇망 중립성 `뇌관` 부상=망 중립이냐, 망 공존이냐는 논란이 조기 점화되는 모양새다. 이통사들은 서둘러 차단 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지금까지와 같이 보이스톡의 프로토콜을 분석해 차단하는 조치를 취할 예정이다. 일단 분석과 차단기술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러나 이미 이용자들이 급속히 늘고 있는 상황에서 보이스톡을 차단하면 이용자들의 반발이 거셀 것으로 우려된다. 기존에 스카이프나 바이버 등 외산 mVoIP 서비스와 마이피플, 라인 등 국내 서비스를 차단했을 때보다 훨씬 큰 반발이 예상된다.

◇정부, 가이드라인 시급=mVoIP 서비스가 잇따라 등장하면서 정부가 서둘러 모바일 생태계 구축을 고려한 합리적인 정책을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현재는 사업자들이 3G 54요금제, 롱텀에벌루션(LTE) 52 요금제 이상 이용자와 와이파이에서만 쓸 수 있도록 제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는 이통사들이 약관을 통해 제한하는 조치를 용인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시장자율과 같은 뚜렷한 가이드라인을 내놓지 않으면 통신사와 mVoIP 서비스사업자가 충돌할 가능성이 높다.

해외에서는 영국, 일본 등 대부분의 나라가 시장 자율에 맡기고 있다. 통신사가 요금제로 자율적으로 mVoIP 접속을 제한하는 식이다. 정부가 통신사업자 자율적 조치를 제약하고, 전면 허용하는 나라는 미국과 네덜란드 정도다.

이창희 방통위 통신경쟁정책과장은 “mVoIP 정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장구조나 현행 법 체계에 미치는 영향 등을 다각도로 분석해야 한다”며 “차단이다, 아니다로 단순화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mVoIP를 전면 허용한 미국과 네덜란드는 통신시장이 요금으로 대응할 수 있는 구조”라며 “실제로 네덜란드 통신사들은 mVoIP를 전면 허용하자 요금을 올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일단의 정책방향성을 시사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m, 권건호기자 wingh1@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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