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은 가격이 우리 사회의 유일한 가치는 아니다.”
마이클 샌델 하버드대 교수는 한국의 `공정경쟁` 화두를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정의란 무엇인가`란 책으로 한국 사회에 정의(正義)란 화두를 던졌던 그는 새 책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무엇이 가치를 결정하는가` 출간을 기념해 지난 1일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이 책은 올해 봄학기에 개설된 하버드대 철학강좌 `시장과 도덕`을 엮은 것이다.
샌델 교수는 독점주의 논의가 1920~1930년대 미국에서도 활발했으며, 한국에서 대형마트 영업 제한을 둘러싼 논란이 인 것을 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논쟁이 일어났을 때 대형마트를 옹호하는 논리는 대형마트가 있기 때문에 중소형 마트에도 값싼 제품을 공급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면서 “소비자에게 최저가 제품을 공급하는 게 유일한 목표인 사회라면 이렇게 해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최저가가 우리 사회의 유일한 가치는 아니며 다른 중요한 가치가 많다”면서 “일자리를 늘리고 건강한 지역사회 유지에 큰 역할을 하는 중소형 마트의 번영을 돕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샌델 교수는 새 책 내용을 설명하며 지난 30여년간 `시장경제`가 많은 나라에 번영과 부를 가져다주는 순기능을 했지만 이제는 `시장사회`로 변질돼 수많은 부작용을 낳는다고 지적했다.
시장경제에서 거래해야 할 것과 말아야 할 것 사이에 구분이 있었지만, 이제 구분이 사라지고 교육에서 의료에 이르기까지 거의 모든 것을 거래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무엇을 시장논리에 맡기고 무엇을 맡기지 않을 지 결정하는 기준이 되는 `공공선(公共善)`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는 것이다. 그는 “미국이나 한국처럼 경제적 번영을 이룬 사회는 이런 고민을 하고 대답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모든 것을 거래하는 사회에서는 부자와 가난한 사람 사이에 불평등이 생겨난다. 교육도 그 가운데 하나다. 샌델 교수는 정보통신기술(ICT)이 교육 격차를 줄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했다. 그는 “하버드대에서 내가 가르치는 정의 강좌를 온라인을 통해 무료로 공개했더니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들었다”면서 “고등교육은 사유재산이 아니라 공공재가 돼야 한다는 게 나의 신념”이라고 했다.
아울러 “이와 같은 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것은 당장 문제를 해결하지는 못하더라도, 자신의 논리를 펼치고 상대 의견을 듣는 법을 배울 수 있어 민주주의를 더 건강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자신에게 돈으로 살 수 없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에 “가족의 사랑과 우정”이라고 답했다.
김용주기자 kyj@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