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활동안 `엉뚱한`짓을 많이 한 순위를 매긴다면 단연 최고 위치에 있을 것이다. 나는 자신이 가진 소질과 기호를 열린 마음으로 풀어헤쳐보는 것을 원했다. 마음이 가는대로 찾아 정보를 얻고 전문가를 만나서 공감대를 형성하고 시선에 개의치 않고 새로운 것을 만들어보는 등 일련의 실험을 했다. 내가 세운 가설 하나는 “세상의 많은 분야는 다 달라 보이지만 비슷한 원리를 가지며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다. 많은 분야에 대해 다양한 접근을 한다면 더 새롭고 멋진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단 경영·복지·미디어·예술 등 수업을 가리지 않고 끌리는 대로 찾아 들었다. 성공한 사람의 강연회가 열리는 날은 분야도 따지지 않고 참석해 노하우를 들었다. 관심 있는 정보를 두루 섭렵해 나가는 것이 제일 좋고 그렇지 못한다고 해도 정보가 어떤 양상으로 발전해나가는지 숙지해 두어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얼마 전 CEO가 되고 싶다는 후배에게 다짜고짜 연락이 왔다. 친구 아이디어도 문제였지만 관련 분야 정보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모르고 있는 작태에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그래서 IT분야 트렌드를 아는 것은 중요하다는 진단과 함께 전자신문 구독이란 처방을 내렸다.
요즘 같은 IT시대에는 원하기만 하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스마트한 플랫폼 이용과 소비성 콘텐츠 범람으로 다양한 소재보다는 자극적이고 자기 취향에 맞는 기사를 더 많이 본다. 정보를 쉽고 편하게 보기 위해 만들어진 장치가 오히려 정보를 편협하게 받아들이게 만든다는 생각도 든다.
전자신문을 접한 지 2년이 되어 간다. 전에는 인터넷 뉴스, 블로그, SNS 등으로 채워지지 않았던 정보를 접했다. 하지만 전자신문 구독 후에는 그날 신문 제호만으로도 다양한 산업군이 어떻게 움직이고 발전해나가는지 양상을 알 수 있었다. 클릭해서 기사를 보는 것이 먹고 싶은 것을 골라서 먹는 패스트푸드 방식이라면 신문을 손으로 넘기면서 기사를 체계적으로 인지하는 방식은 반찬이 풍족한 한정식을 먹는 것과 같다. 전자신문은 `다양한 분야는 유기적으로 연결돼있고 많이 관심을 가질수록 좋은 가치를 만든다`는 생각을 실천하기엔 딱 좋은 도서관 같은 느낌이었다. 꼭 전자신문이 아니더라도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 신문을 구독해 개괄적으로 살펴보는 훈련을 추천한다.
웬만큼 기사를 다 살펴보고 중요한 내용은 줄도 긋고 생각도 정리해두는 편이다. 신문을 다 읽으면 맨 앞장에는 인상적인 기사 내용을 추려 적어놔 다음에 찾기 편하게 만들어두기도 한다. 독자로서 느낀 점은 어느 정도는 정부 방향이나 기업 동향으로 지면을 할애하고 그래도 나 같은 사람이 체감할 수 있는 대중을 위한 기사로 채워진다면 꾸준히 독자층이 두터워지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 기관을 대변하거나 인지도가 높은 사람을 취재하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기사를 볼 때마다 IT동향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외적인 부분을 대변하려 하는 것은 아닌지 의문이 든다. 내가 전자신문을 좋아한 이유는 `실용성`에 있었지 팸플릿 같은 `형식성`에 있지 않았다. 일선 현장에서 겪는 실무진 의견을 더 끌어낸다면 더 현장감 있고 노하우도 쉽게 전할 수 있는 대중이 사랑하는 신문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전자신문 애독자로서 많은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신문이 되었으면 하고 좋은 의견은 적극 개진하고 싶다. 사실 많은 젊은 친구들이 이런 소중한 기회를 접하지 않고 있다는 게 아쉽다. 개인적으로 지적 성장에 많은 도움이 되었고 전문성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전자신문이 이 시대 목마른 정보들을 채워주는 샘 같은 곳이 되었으면 한다.
최재호 숭실대학교 글로벌미디어학부 zerofast@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