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칼럼]기술과 미래 노동시장

미국의 증가하는 실업률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지금 상황은 더 심각하다. 2007년말보다 현재 미국 일자리는 무려 630만개가 줄었다. 경제위기 탓이라고 하고 싶지만 문제는 미국 경기는 상당히 회복됐다는 점이다. 심지어는 경제위기 이전보다 경제적인 산출량은 더 늘었다. 다시 말해 630만개 일자리가 줄었지만, 이들 없이도 잘 굴러간다는 뜻이다. 이는 결국 구조적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 일자리 감소는 여러 원인이 있다. 일단 과거 미국 내에서 존재하던 일자리의 상당수가 아웃소싱 되어 국외로 이전했다. 이런 변화에는 IT 발달로 자동화가 일어나고 외국 생산현장이 있더라도 과거보다 훨씬 쉽게 관리할 수 있게 됐다.

비관적인 전망에 반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물론 있다. 언제나 신기술이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했지만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서 결국에는 이들을 흡수했다는 것이다. 산업 혁명이 막 시작될 때에도 새로운 기술이 많은 일자리를 없앨 것이라고 걱정했다. 하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지 않아 새로운 직업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생산성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과거보다 생활 수준은 올랐으며 이로 인해서 실업이 장기적인 문제가 된 적은 없다.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이것이 옳다고 하더라도 문제는 변화의 속도다. 노동환경의 자동화가 과거 어느 때보다 빠른 속도로 진행 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도 확보하지 못하고 실업 기간이 길어지면서 중산층 지위를 잃어버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미 많은 고용을 끌어냈던 다양한 소매 매장의 점원, 공장의 생산직원, 다양한 회계·계산을 전담했던 인력이 일자리를 지속적으로 잃고 있다.

수많은 전자상거래 서비스는 지역의 다양한 도소매점 점원의 일자리를 모두 없애버렸다. 자동화된 무인 키오스크가 호텔·공항 서비스를 도와주는 다양한 서비스 직종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일자리를 없앴다. 아마도 `시리(Siri)`와 같은 음성인식 기술이 활성화되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수준이 된다면 콜센터 직원이나 고객 상담을 하는 종류의 일자리도 타격을 입기 시작할 것이다. 다양한 효율증대를 위한 소프트웨어나 시스템은 직장에서 잉여 인력을 많이 만들어내고 이들은 결국 정리대상으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이렇게 일자리를 잃어버린 사람에게 주어질 수 있을 만큼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답은 아마도 `아니다(No)`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분명히 새로운 부의 분배가 일어나고 사회의 요구에 따라서 다양한 종류의 새로운 직업들이 생겨나며 여기에 많은 사람이 종사하게 될 것이다.

IT가 지금까지 다양한 일자리를 사라지게 하고 양극화를 부추겼다는 비판을 받지만 새로운 혁신적인 기업 탄생을 유도하면서 이들에 의한 새로운 일자리가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다. 최근 변화에는 약간의 희망도 보인다. 과거 자본을 많이 소유하지 않으면 도전할 수 없었던 기업 생태계에 적은 자본과 위험에도 새로운 혁신을 시도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늘고 있다.

새로운 희망의 불씨를 살리기 위해서는 저렴하고 보다 강력한 도구가 IT 힘을 빌어서 탄생해야 한다.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전통산업을 잇는 강력하면서도 저렴하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플랫폼이 등장하면서 많은 일자리를 탄생시킬 수 있는 새싹들이 많이 나와야 한다. 그것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기술이 일자리를 없앴다는 시각에 대해 기술이 사회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일종의 사회적 책임이다.

정부나 공공분야에서도 일자리와 새로운 경제시스템과 사회의 발전을 유도하기 위해서는 더욱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저렴하면서도 쉽게 창업하고 이들이 사회에서 만들어진 전체적인 과실을 정당하게 수확할 수 있는 인프라와 플랫폼을 만들 수 있는 부분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한다. 대규모 투자를 하지 않으면 일자리를 만들 수 없다는 개발 독재 시절의 패러다임을 바탕으로 하는 경제정책은 전면적으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정지훈 관동의대 IT융합연구소장 jihoon.jeong@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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