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전자산업을 일군 대표적인 원로 엔지니어다. 전자산업의 인프라로 불리는 핵심 부품의 기술개발에 헌신해온 선구자격 인물이다. 1956년 서울대 전자통신학과를 졸업한 후 65년 대덕GDS 전신인 대덕산업을 설립하고 1972년 대덕전자를 세우며 국내 부품산업의 기틀을 잡는데 기여했다. 인쇄회로기판(PCB)이 전자산업의 핵심부품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45년 동안 `PCB 외길`을 걸어 왔다.
라디오·TV·휴대폰과 같은 모든 전자제품에 들어가는 핵심부품인 PCB는 대덕전자 덕분에 지금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시장 불모지에서 일본과 한국을 오가며 기술을 습득했고 이 결과 PCB 국산화에 성공해 대덕은 수출 기업으로도 성장했다. 삼성과 LG전자 같은 세계적 기업이 나올 수 있는 기초를 닦은 셈이다.
1991년 사재를 털어 해동과학문화재단을 설립해 대한전자공학회를 비롯해 한국통신학회·한국공학한림원 등 학술 단체를 돕고 과학인재를 키우데도 앞장서고 있다. 후원 사업 규모만 105억원이 넘는다. 대덕전자가 위치한 경기 안산시에 장애인 작업시설인 `해동일터`를, 새싹 과학인재를 위한 안산 과학관을 설립하는 등 지역사회발전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고 김완희 박사와는 서울대 선후배 사이로 1960년대 후반 박정희 대통령 지시로 `전자공업 진흥을 위한 보고서`를 만들 때부터 인연을 맺었다. 전자산업 성장기인 80년대 전자공업협동조합이 출범했을 때 같이 이사장과 감사로 산업의 틀을 닦는데 힘을 모았다. 이 후 김 박사가 미국으로 돌아간 후 한국에 올 때마다 빠짐없이 만나 전자산업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누었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