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지식재산(IP)인 디지털 데이터처리 기술 특허에서 애플이 삼성·LG전자보다 우위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디지털 데이터처리 기술은 스마트폰 또는 컴퓨터에서 주로 음성 인식이나 유저인터페이스 등에 사용된다.
23일 전자신문이 특허분석 전문업체 아이피아이(대표 김경욱)에 의뢰해 애플과 삼성·LG전자가 미국에 등록한 `디지털 데이터처리기술(분류 G06F)` 특허를 분석한 결과, 경쟁력을 나타내는 파워지수에서 애플이 삼성·LG전자를 크게 앞섰다. 아이피아이는 자체 개발한 특허분석시스템 `팻스파이더`로 3사가 최근 4년간 등록한 특허를 분석했다. 특허 경쟁력에 따라 최고등급인 A+에서 최하등급인 F까지 9등급으로 분류된다. 디지털 데이터처리기술 분야만을 조사한 자료지만 애플과 우리 대기업의 특허 경쟁력을 보여주는 사례여서 주목된다.
특허소송 등에 활용 가능성이 큰 A+등급은 애플 보유 특허 가운데 6.1%를 차지한 반면에 삼성전자와 LG전자 특허 가운데 차지한 비중은 0.2%와 1.8%에 불과했다. A등급과 B+등급도 마찬가지였다. 애플은 각각 15.2%(A등급)와 21.9%(B+등급)였고 삼성전자는 0.9%(A등급) 7.5%(B등급), LG전자는 7.4%(A등급) 15.4%(B+등급)였다. 애플이 경쟁사 소송에 활용한 특허는 B+등급이 가장 많았으며 C등급 이하는 없었다.
특허 잠재성이 떨어지는 D+와 D등급의 애플 특허 비중은 삼성·LG전자와 비교해 많게는 6.4%포인트 낮았다. 고급 특허는 애플이 많이 확보한 반면에 앞으로 활용도가 떨어지는 특허는 우리 기업이 많이 보유한 셈이다.
전문가들은 조사 결과가 국내 대기업의 특허 관리에 대한 안일한 정책을 볼 수 있는 사례라는 설명이다. 모 특허거래업체 대표는 “예전에 대기업은 애플 등 다국적기업이 특허 공격을 할 것으로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며 “특허침해로 애플을 고소할 수 있는 특허조차도 기회가 있어도 매수하지 않을 정도였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허는 일반적으로 등록된 지 10년 후에 제대로 빛을 낸다”며 “단순히 지금 뜨는 특허를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의 기술 트렌드를 보고 미리 확보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기업들은 1~2년 전부터 양적 특허 확대에서 질적 특허 확대 전략으로 선회했다.
김경욱 아이피아이 대표는 “연구개발 산물인 특허권이 기업 경쟁도구로 활용되는 만큼 우수한 특허권 보유노력이 필요하다”며 “방어 목적의 특허출원보다는 공격적인 특허활용 전략을 염두에 둔 연구개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민승욱 아이피큐브파트너스 대표는 “고급 특허는 경쟁사 소송에 활용될 뿐만 아니라 크로스 라이선싱과 투자유치에도 활용될 수 있다”며 “사회 전반적으로 우량 특허를 확보해야 한다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준배기자 joon@etnews.com